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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는 생명권 지키는 최소장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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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 그가 던진 '나에게도 인권이 있다'라는 말 한마디는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사형 폐지론자들은 '오판의 가능성과 공권력의 횡포'를 이유로 사형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형제도 폐지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 국민은 수많은 오판과 공권력의 횡포에 의해 부당한 벌금.구속.징역을 당하고 있다. 사형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당한 처벌은 일단 집행되면 어떤 방법으로도 합당한 '가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그런 위험을 이유로 형 집행 존폐 자체에 대한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사형 폐지론자들은 '흉악 범죄 예방, 억지력이 없다'는 이유로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그렇다면 조직폭력 범죄에 대한 억지력이 없다는 이유로 조직폭력 범죄자의 징역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옳은가. 형벌의 기능에는 교화는 물론 해당 범죄에 대한 응보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법의 이름으로 박탈할 수 있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사형의 대상이 되는 범죄자는 다른 이의 존엄한 생명을 참혹하게 짓밟은 흉악범이다. 다른 이의 생명을 무참히 파괴한 흉악범에게 존엄한 생명권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흉악범에게 과연 신의 용서가 가능한 것인가. 공정한 법의 절차에 따라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흉악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일은 어찌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실현하는 최소한의 필수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사형수의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는 것도 사형제도 폐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흉악범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흉악 범죄로 인한 우리 사회의 공포와 불안을 뒤돌아본 적이 있는가.

과거 '공개처형장에서 광분하던 리비아 사람들, 사형 집행 과정의 끔찍함'을 이유로 사형제 폐지를 거론하는 것 또한 이치에 맞지 않다.

어째서 우리 국민의 정서와 교양을 공개처형장에서 광분하던 그들과 직접 비교할 수 있는가. 칼에 난자당한 피해자, 둔기에 머리를 맞고 피흘리며 죽어가던 피해자의 끔찍함에는 눈감고 어째서 흉악범에게 행하는 합당한 법 집행을 감정적으로 호도하려 하는가.

이와 같이 사형제도를 폐지하고자 하는 그들의 논리에는 어떠한 정당함도 찾아볼 수 없다. 흉악 범죄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키고 범죄자에 대한 응보, 그리고 흉악 범죄 발생의 억지를 위해서는 사형이라는 극형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진정 이땅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심을 없애는 공정한 법 집행의 시스템 구축, 흉악 범죄 발생 예방을 위한 건전한 사회.교육.문화 활동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부당한 법 집행의 피해자를 줄이고 또한 흉악범죄 예방을 통해 결국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길이 될 것이다.

정의천 학생.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