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 기른 자식도 자식이다] 입양인들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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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3차 한인입양인대회에 참가한 입양인 중에는 높은 학력과 안정된 직장을 가진 사람이 많이 눈에 띈다.

실제로 199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1차 대회 때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참가한 입양인의 64%가 대학 교육을 받았고 24%는 대학원까지 마쳤다. 2001년 2차 대회 때 비록 덴마크 입양인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이긴 했지만 33%가 대학원 재학 중이거나 이미 석사 학위를 받았다고 답했다. 이는 덴마크 전국의 대학원 진학률 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교육수준이 높은 만큼 종사하는 직종도 화이트칼라가 많다. 1차 조사 때 30%는 경영.행정직, 10%는 과학.기술직에 몸담고 있었다. 또 21%가 입양 등 복지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세살 때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된 웨인 베리(34.한국명 오지수)는 "입양인들은 다른 재미교포들과 마찬가지로 자신감과 투지를 갖고 미국 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로 자라나고 있다"고 말했다. 베리는 대학 졸업 후 6년간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다 최근 직장을 옮겨 나이키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입양인의 교육수준이 높은 데에는 양부모의 역할이 크다. 덴마크의 경우 입양할 수 있는 기준을 '안정된 가정환경과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 건강한 양부모'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양부모의 교육열도 높다.

세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티나 라슨(36.여.한국명 최영숙)은 "오늘날 내가 법원에서 행정업무를 보고 안정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다 어머니 덕분"이라고 말했다. 84년 미국 위스콘신주로 입양된 제사 샤키(20.여.한국명 하성희)는 현재 대학에서 정치학.경제학을 복수 전공하며 변호사의 길을 꿈꾸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어릴 적에 떠났기 때문에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한국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쌍둥이 남동생과 함께 미국 플로리다주로 입양된 피터 새딩턴(21.한국명 이승헌)은 "한국인은 입양인이건 아니건 간에 도전 정신이 뛰어나다"며 "나는 꼭 성공해서 한국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부모를 찾기 원하는 입양인도 많다. 2002년 한 연구기관이 모국을 방문한 1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2%가 '친부모 찾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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