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정민태 "2군 보약 먹고 올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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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7억4000만원) 선수인 정민태(35.현대)가 3일 2군으로 떨어졌다. 1일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1회에 홈런 1개를 포함, 무려 4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온 지 이틀 만이다. 이번 시즌 들어 4승11패(방어율 5.25)에 최근 5연패의 부진이다.

김재박 현대 감독은 3일 LG와의 경기에 앞서 정민태를 면담하고 2군행을 결정했다. 김 감독은 "정민태가 최고 연봉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올 시즌 승운도 안 따라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팀이 밝힌 2군 체류기간은 10일.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13일 이후 1군에 복귀시킨다는 입장이다. 1군 엔트리 탈락의 명분은 소위 '2군 보약'이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심기일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뜻이다. 성적 부진은 2군행의 이유가 못된다고 못박았다. 이성만 홍보팀장은 "기록상으로는 4승11패에 5연패지만 최근 5연패 중 4게임은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였다"고 말했다.

정민태가 성적 때문에 2군으로 내려간 것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돌아온 지 2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6월에도 잠시 1군에서 빠진 적이 있으나 당시는 성적이 아니라 오른쪽 허벅지 근육통 때문이었다.

올 시즌 고액 연봉 선수의 2군행은 정민태가 처음이 아니다. LG 진필중(4억원)은 몸쪽 공을 과감히 뿌리지 못해 감독의 눈 밖에 나면서 6월 5일 2군으로 강등됐다. 한달 가까이 2군에서 머물다 1군에 복귀했지만 코칭스태프를 만족시키지 못해 지난달 1일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SK 이상훈(6억원)은 아예 6월 초 자진 은퇴했다.

계약기간 6년에 40억6000만원의 대박을 터뜨린 롯데 정수근은 시즌 전반을 마친 뒤 목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폭행사건에 휘말려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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