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대 막은 '꽉 막힌 행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9면

경기도 수원시가 경기남부 지역의 기상관측을 담당하는 수원기상대와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기상관측에 지장을 줄 수 있는 고층아파트 건축허가를 인접지역에 내줘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수원기상대 측은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풍향과 풍속.일조량.기온 등 기상관측 환경이 크게 훼손돼 정확한 기상예보를 할 수 없게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6월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197에 14층(높이 37m.1개동) 규모의 104가구가 입주하는 희성아파트 건축허가를 승인했으며 건설회사 측은 지난 5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이곳은 수원기상대와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m 떨어져 있다.

현행 기상청의 지상 기상관측 지침에는 기상 상태를 비교적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관측소에서 장애물까지 최소한 장애물 높이의 4배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문제의 아파트는 지금 건축 중인 지점에서 최소한 40~50m가량 수원기상대에서 더 떨어져야 한다. 이에 수원기상대는 "아파트 건축 허가와 관련된 통보나 사전 협의가 전혀 없어 아파트 신축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최근 수원시에 고층아파트 설계를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최경석(56)수원기상대장은 "수원기상대 주변지역은 건축제한 구역으로 수원시가 이곳에 고층건축물 건축 허가를 내주면서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기상업무의 중요성을 감안해 아파트의 층수를 지금보다 2개층가량 낮춘 12층으로 하향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는 "아파트 허가 당시 인접 지역에 수원기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건축법에 의한 합법적 허가인 만큼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미 104가구의 분양이 끝난 상태에서 아파트 허가를 취소하거나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에도 ㈜비아이에버런이라는 업체가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광교산 입구에 신청한 대형 복합상가의 건축허가를 내준 뒤 4개월 만에 이를 번복, 업체와 상가 분양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수원=정찬민.엄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