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나에게 유일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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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나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닌 일이었기에 그럴까.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을 주제로 어른들이 만든 영화는 웃음으로 그들의 고민을 비껴간다. '몽정기''아메리칸 파이''팬티 속의 개미'가 그랬다. 거기에서 아이들은 주체하기 힘든 욕구 때문에 좌충우돌하는, 어른들의 웃음거리였다.

이탈리아 영화 '나에게 유일한'(6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은 그런 면에서 좀 다르다. 이성에 대한 간절한 갈망과 그들만의 고민이 드러난다. 자나 깨나 '그 애' 생각 뿐이고, 세상의 명암이 '그 애'에 의해 뒤바뀌던 시절을 정직하게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는 '우리는 젊었고 오만했으며, 우스웠고, 극단적이었으며, 성급했었다, 그래도 우린 옳았다'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이어지는 주인공 실비오의 혼잣말. "내가 아빠처럼 45세가 되었을 때 나의 16세에 대해 어떻게 회상할지 모른다. 죽음 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의욕보다 더."

고등학생 실비오는 발렌티나를 좋아한다. 그런데 발렌티나는 친구 마르티노의 여자 친구다.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는 마르티노가 떠벌리는 여자 친구와의 '경험담'을 태연히 들어야만 한다. 집에서는 다른 학교로 전학보내려는 부모에게 대든다. 발렌티노가 없는 학교라서 싫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유 없는 반항이 된다.

'리멤버 미'(2003)로 이탈리아 국내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가브리엘라 무치노(37) 감독은 청소년의 시각을 놓치지 않았다. 실비오 역을 맡은 15세 아래 친동생과 그의 여자 친구가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한 덕분이다.

영화는 실비오가 엉뚱한 곳에서 짜릿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독백이 반복된다. "당신도 한때 그랬음을 잊지 말라"고 외치듯이.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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