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회장 방북 기대와 할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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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여곡절 끝에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의 2차방북이 이뤄졌다.

남은 소떼 5백1마리의 지원도 끝났다.

새 정부 교류협력정책의 첫 사례가 이로써 확실하고 구체적인 결실이 기대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당장 이뤄질 듯했던 2차방북에 무려 4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북한 잠수정침투에서 위성발사. '총풍' 수사에 이르기까지 남북간 정치적.군사적 곡절도 많았다.

그때마다 금강산사업은 뒤로 밀렸다.

남북간 교류사업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입증한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이 鄭회장 방북을 계기로 남북간 신뢰성.지속성.공개성을 동시에 보장받는 좋은 선례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어떤 형태의 교류협력이든 쌍방간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십억달러라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경제사업에서 신뢰보장이 안되고선 기업투자란 무모한 것이다.

남쪽에서는 기업 스스로 위험부담을 진다지만 북쪽에서는 어느 누가 믿음을 주며 경협을 뒷받침해 줄 것인가.

현대측의 북쪽 상대는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라는 북한당국의 공식기관이다.

아태측 보장만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업을 풀어 갈 수 있을지 주목할 사항이다.

아태가 기업단위가 아닌 정치단위라고 볼 때 정치변화에 따라 사업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우리쪽 기업인들의 불안이다.

이 불안이 사업의 지속성을 해친다.

단기적 한건주의가 아닌 장기적 투자와 협력관계라야 남북경협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신뢰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한 지속성은 언제나 위협을 받게 된다.

鄭회장의 2차방북은 이런 의미의 신뢰성.지속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다행히 鄭회장과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의 면담이 이뤄질 경우 특별히 강조해야 할 사항이 바로 이 점이라고 본다.

사업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북한 최고지도자를 통해 확보하는 일이다.

휴전선의 총성 한 방으로 무너지는 협력사업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보장을 받아 내야 한다.

제도적 장치로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약속과 담보를 통해 확보할 수밖에 없다.

경협 선두주자로 현대측이 각별히 유의해야 할 사항은 사업의 공개성이다.

이미 금강산개발 독점권 체결을 둘러싸고 9억여달러를 지불한다느니 하는 뒷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대북경협과정에서 모든 것을 까발리고 사업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알릴 것은 공개적으로 알리고 분명히 짚고 넘어갈 사항은 공개적으로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이면계약이니 하는 뒷거래 소문이 끊이지 않고는 남북간 신뢰에도 금이 가고 사업의 지속성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남북경협의 선두주자로 鄭회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경협의 신뢰성.지속성.공개성을 확보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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