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주주 줄어든다…삼성전자 2003년 3만여명 급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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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세계적 기업인 미국 GE의 주주 수는 약 400만명. 엄청난 시가총액(약 400조원)만큼 주주 수도 많다.

이에 비해 우리 증시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개인 주주(대주주 제외)는 지난해 말 현재 7만9000명에 불과하다. 2002년 말(11만4800명)과 비교하면 1년 새 3만5800명이나 줄었다.

삼성전자만 그런 게 아니다. 현재 우리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상장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 대부분의 개인 주주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는 2002년 말 14만명에서 지난해 말 12만9300명으로, 한국전력은 53만7100명에서 49만6500명으로, 현대차는 8만8600명에서 6만5900명으로 각각 줄었다. 이런 추세는 증시가 침체기로 접어든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증시의 활동계좌수는 2002년 말 801만개에서 2003년 말 727만개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엔 16만개가 더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선 주주 수나 주식투자 계좌수 감소는 자금 이탈과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한다. 자금이야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지만 주주 수나 활동계좌수 감소는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흥미를 잃고 아예 시장을 떠나버린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돌아서는 사람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증시를 떠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증시의 기초가 그만큼 약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개인들이 이렇게 떠난 자리는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수는 2002년 말 1만4128명에서 2003년 말 1만5335명, 지난 6월 말 현재 1만6216명으로 증가 추세다. 자연히 주요 기업 외국인 지분은 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개인 지분이 12.5%에서 9.2%로 줄어드는 사이 외국인 지분율은 53.9%에서 57.3%로 늘어났다.

현대차도 개인 지분은 12%에서 9%로 줄어든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47.1%에서 51.2%로 증가했다. 올해도 주요 기업들의 외국인 지분 증가 추세는 계속 되고 있다. 회사 경영에 외국인들의 입김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3일 현재 시가총액 20위권 상장기업 중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보다 줄어든 곳은 SK네트웍스 한곳뿐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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