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고속철로 술렁였던 천안·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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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해 초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정차역 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술령거렸다. 특히 30분대이면 서울 진입이 가능한 천안.아산권은 부동산투자자들의 관심대상이었다.

고속철도 개통에다 900만평 규모의 신도시 개발과 대규모 삼성 LCD공단 조성까지 맞물려 큰 손들은 모두 이곳으로 몰릴 정도였다. 이 때문에 아파트 분양열기는 무쇠를 녹일 정도로 뜨거웠고 땅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당시 분위기로는 이 일대 부동산에 투자하면 일확천금을 버는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땅값이 많이 올라 벼락부자가 된 사람도 적지 않다. 2~3년 사이 10배가량 오른 곳도 있었으니 능히 그럴 만도 했다.

서울 집값이 너무 비싸 교통이 좋아진 천안권으로 대거 이주해 오게 되고 이렇게 되면 집값.땅값도 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

지난 4월 고속철도 개통 이후 과연 이주인구가 급격히 늘었을까. 천안 아산역을 이용한 일반 승객수는 월 평균 11만2000여명으로 1일 평균으로 계산하면 3700여명이다. 여기다가 정기권 이용자 500명을 합하면 고속철도와 관련한 유동인구는 4200여명으로 추산된다. 승객수는 개통 이후 월별로 큰 변화가 없다. 정기권 승객을 뺀 일반 승객을 기준으로 4월 11만819명, 5월 11만9485명, 6월 10만4188명, 7월 11만2656명이다. 승객수 증가량을 보면 외지에서 천안 아산권으로 이주한 인구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개통 이전 부풀었던 기대와 전혀 다르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요즘의 부동산 시장은 영 말이 아니다. 아직까지 가격급락 징후는 없지만 수요가 팍 죽었다. 이는 규제강화 등의 영향도 있으나 고속철도의 효과가 별 것 아니라는 분위기가 저변에 깔려있는 탓이리라.

물론 아직 고속철도의 효과를 진단하기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먼 훗날 천안 아산 신도시가 완성된 후의 인구 유입 상황을 봐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요인을 감안해도 그동안 천안.아산권의 부동산값이 너무 오른 것은 분명하다.

수도 이전 호재로 충청권의 부동산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는 것도 경계해야 할 모습이다. 설령 수도가 옮겨간다고 해도 파급효과가 충청권을 들썩거리게 할 정도냐는 얘기다. 인구 50만~60만명 규모의 도시인 데다 2007년부터 2030년까지 장기간 건설되는 프로젝트여서 단기 전략을 세웠다간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지역도 마찬가지다.

개발계획이란 원래 초창기에 과대포장되는 경우가 많으니 여기에 현혹됐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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