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독도 지키기 위해 가수 인생까지 다 걸었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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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노래를 못하게 되더라도 이 일만은 끝장을 볼 작정입니다.”

동해·독도를 홍보하는 전면 광고를 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에 낸 데 이어 다음주에는 뉴욕타임스(NYT)에도 낼 예정인 가수 김장훈(사진)의 말이다.

수억 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전액 후원하면서 동해·독도 지킴이로 나선 김장훈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단순한 감상적 이벤트가 아니라 가수 인생까지 건 결심”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동해·독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대한민국이 너무 좋아서다. 역사시간에 배웠듯 우리 민족은 936번의 외침을 받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꿋꿋하게 다시 일어섰다. 온갖 역경을 뚫고 세계 10위권에 올라선 게 너무 멋있고 자랑스럽다. 그래서 결코 남에게 빼앗길 수 없다.”

- 일본의 지역분쟁화 의도에 말려들 거라는 우려도 있다.

“그런 걱정을 안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젠 ‘조용한 외교’로는 한계가 왔다. 일본의 전방위 로비에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

-이번 광고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동해·독도는 우리와 일본 사이 문제지만 사실은 제3자를 설득하는 싸움이다. 우리는 그동안 여기에 소홀했다. 독도를 우리가 차지하고 있다고 무시해버려서 될 일이 아니다. 주장보다 고증과 연구로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과격한 시위는 역효과가 크다. 이번 광고도 이를 알리려는 취지다.”

-지난해에도 광고를 했으나 이번처럼 직접 나서지는 않았는데.

“가수는 노래로 말해야 한다는 게 직업 철학이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도 모른 체하고서는 노래도 떳떳하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나름대로 미국을 오가며 동해·독도 홍보 공연과 학술지원 프로그램도 타진해봤으나 성의 부족인지 성과가 없었다. 이 일로 노래 활동에 지장이 있을지 모른다. 노래 못하는 김장훈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만 그렇더라도 이번만은 끝까지 가볼 작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려 하나.

“ 모금 운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뜻이 통하면 기업 후원도 사양하지 않을 생각이다. 국민의 힘을 한 데 모으자는 취지에서다. 9월 18~20일쯤 동해·독도 자선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돈이 모이면 먼저 내가 홍보대사를 맡고 있는 사이버 홍보단체 반크를 지원할 작정이다. 한국에 와 있는 외국 석·박사 학생 지원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들에게 장학금을 줘 동해·독도 연구를 하도록 하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세계 석학이 참여하는 학술 페스티벌도 지원하고 싶다. ”

-반크에 민족주의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오해다. 반크 구호는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세계로’다. 나가서 싸우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신 우리 역사와 문화·음식·한글에 관한 자료를 준다. 공부를 하라는 거다. 이게 광개토왕 프로젝트인데 벌써 5000명이 넘었다. 이들이 나가서 한국을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가 될 거다. 10년, 20년 앞을 내다보고 하는 일이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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