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영국총리와 피토체트는 '흠모하는 동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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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마거릿 대처 (73) 전 영국 총리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82) 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서자 두 사람의 '관계' 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처가 국내외 비난 여론을 무릅쓰면서 피노체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대처는 22일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공개 서한을 보내 피노체트는 "영국인의 생명을 구한 은인" 이라며 그를 체포한 영국 정부의 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본지 10월 23일자 8면> 두 사람의 우정은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처는 73년 피노체트가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직후 그의 경제정책에 주목했다.

총리를 꿈꾸던 대처는 미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시장경제이론을 도입하고 대대적인 민영화 작업을 단행하던 피노체트의 추진력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79년 좌파 노동당으로부터 '영국병' 을 물려받은 대처는 피노체트처럼 강력한 지도력으로 민영화에 착수, '영국병' 을 치유했다.

이때부터 대처와 피노체트는 '정치적 동지' 의 끈으로 이어졌다.

이어 82년에 터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전쟁은 두 사람의 우정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됐다.

피노체트는 같은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를 버리고 칠레에 영국 특수부대를 배치하겠다는 대처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여 영국 승리를 결정적으로 도왔다.

90년 똑같이 퇴임한 두 사람은 공개적인 만남을 지속해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피노체트는 1년에 두번씩 영국을 여행할 때 꽃과 초콜릿을 들고 대처를 찾았고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피노체트는 대처를 의식한 듯 "영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

대처의 측근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로를 흠모하는 사이' 로 퇴임 후 열번 정도 해후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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