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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금융전문가 '한국경제 긍정적 평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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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한국경제를 보는 국제금융계의 시각이 무척 밝아졌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특히 메릴린치 같은 유수의 금융기관이 한국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늘리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뉴욕 월가의 국제금융 전문가 두 사람은 21일 (현지시간) 외신기자클럽이 마련한 특별회견에 참석, 전세계의 특파원들에게 세계경제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며 한국경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일문일답.

[메릴린치증권 국제투자담당 배렌버그 부사장]

- 어느 시장을 투자할 만한 곳으로 판단하고 있나.

"역시 아시아 시장이다.

미국은 '크레디트 거품' 이 터지면서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

경제 구조조정 및 적응과정에 있는 아시아는 과잉투자와 경상수지 적자로 몸살을 앓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한국과 태국은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아시아 시장이다. "

- 한국의 경제상황을 좋게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세부적으로 밝혀달라.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문제 (유동성 부족) 는 있지만 원화 환율이 안정돼 있고 금리도 하락세다.

단기외채도 장기로 많이 전환됐고, 한때 6.5배에 이르던 기업 부채비율도 많이 개선됐다.

미국 기업들도 80년대초 과다차입으로 크게 고생들을 했는데 한국기업은 그때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기아자동차가 외국기업에 팔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은 근본적인 변화가 한국내에서 일고 있다는 방증이다. "

-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의 가장 중요한 열쇠인 일본의 경제개혁에 대해 평가한다면.

"일본은 금융시스템 개선이 최대의 관건인데, 솔직히 아직도 멀었다고 본다.

한국도 금융이 문제지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40% 가까운 인원을 해고하겠다고 나선 반면 일본은 그런 각오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어쨌든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경제회복 없이는 수렁에서 탈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은.

"미국경제에 심각한 성장둔화 (메릴린치에서는 미국경제와 관련, 리세션 (경기후퇴) 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가 있게 되면 물론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은 어둡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잘 버티고, 일본이 잘 개선해 나가면 조만간 어느 정도의 (modest)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

뉴욕 = 김동균 특파원

[닛코증권 수석 경제연구원 브라스카 박사]

- 세계경제가 경기후퇴로 치달을 것 같은가.

"나라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세계경제의 리세션' 이란 표현을 쓰는 건 적합하지 않다.

세분화해 얘기하자면 일본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리세션, 남미와 중국은 성장둔화, 유럽은 그런 대로 성장세 유지, 미국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 미국이 리세션을 향해 가지 않는다는 근거가 뭔가.

월가의 상당수 경제예측가들은 미 경제가 내년에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99년에도 미 경제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여전히 높고, 서비스부문을 중심으로 여전히 고용창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가의 하락도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와 비교하니까 심각한 것이지 연초에 비해서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다.

저달러.저금리 등도 성장의 플러스 요인이다.

물론 앞으로 세계경제 위기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경제의 저력과 역동성으로 미뤄 현재보다 더 큰 쇼크가 없는 한 현 진행방향이 틀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

- 미국의 금리인하가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은.

"연말까지 금리가 모두 1%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연말까지 두차례 추가 금리인하 (각 0.25%씩)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

- 미국의 금리인하가 투자자금을 신흥시장으로 복귀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나.

"적지 않은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으로 복귀하려면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을 안전한 곳이라고 여길 수 있어야 한다. "

-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단기성 투기자금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글쎄…. 개발도상국들로서는 피해를 줄이려면 투명성을 높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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