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대상 될라”공무원들 외상 술값갚기 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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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서초구서초동 R룸살롱 주인 黃모 (39.여) 씨는 며칠전 은행에서 예금통장을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주부터 온라인을 통해 10여명의 단골 공무원 고객들로부터 외상값 3천2백만원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黃씨는 "이중에는 2~3년이나 밀려 포기상태였던 외상값도 있다" 며 "횡재한 기분" 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중.하위직 공무원 사정방침이 발표되자 '제 발 저린' 공무원들이 룸살롱.단란주점.한정식집 등에 밀린 외상값을 줄지어 갚고 있다.

외상술값으로 인해 공연히 사정기관에 흠이나 잡히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자연히 불황으로 운영난을 겪던 유흥업소들이 가뭄 끝에 단비라도 만난 듯 즐거운 비명이다.

경기도 공무원 李모 (40) 씨는 "지난주 외상값 때문에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있은 뒤 일부 동료들이 거래하던 업소의 외상값을 해결하느라 한동안 법석을 떨었다" 고 말했다.

수원시청 근처에서 고급 한정식집을 경영하고 있는 金모 (43.여) 씨는 "전에는 사무실까지 찾아가 통사정을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경찰관과 세무공무원들이 자진해서 외상값을 들고 온다" 고 말했다.

수원 =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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