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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산행]쪽빛 하늘에 은빛꿈 흩날리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은빛꿈 너울대는 억새가 온산을 갈색으로 물들인다.

억새평전에 하오의 햇살이 엷게 비칠때 바람따라 서걱서걱 울어대는 모습은 가을의 전설을 잉태한다.

산아래는 아직도 단풍세상이다.

그러나 능선길에 흐드러지게 핀 억새는 가을산을 '갈색추억' 으로 곱게 장식한다.

남부지방부터 시작해 1달여동안 만개하는 억새의 모습은 가을산에서 맛볼 수 있는 최상의 선물. 전국의 유명 억새산행지를 소개한다.

◇민둥산 = 포천과 정선 2곳에 있다.

포천 민둥산 (1천23m.경기포천군이동면) 과 정선 민둥산 (1천1백19m.강원정선군남면) 은 정상 부근이 나무 한그루없는 벌거숭이 산이다.

그러나 정상부근 수십만평의 평원은 완만한 구릉지대로 억새천국이다.

정선 민둥산은 해발 6백m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산세가 둥글둥글하고 등산로가 평탄해 초보자도 쉽게 산행할 수 있어 가족산행지로 적격이다. 2시간여를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지억산 (1천1백17m) 까지 이어지는 능선길도 등산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산행코스는 증산초등학교~발구덕마을~민둥산~증산초등학교로 이어지는 8.7㎞. 3시간30분정도 소요.

◇두륜산 = 땅끝마을.고산 생가.달마산 (4백89m) 과 함께 해남군의 유명 관광지로 손꼽힌다.

두륜산 (7백3m)에는 신라 진흥왕 5년 (544) 아도화상이 창건한 대둔사가 있다.

가련봉 (7백3m) 과 두륜봉 (6백30m) 사이 헬기장부근에는 사람키보다 높은 억새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오심재~능허대~가련봉~두륜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에 올라서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반긴다.

4시간정도 소요. 대둔사에서 산신각터~만일암터~헬기장까지 오른 후 두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다녀와 하산하는 것이 가장 짧다.

◇명성산 = 포천군과 철원군 경계에 솟아 있으며 '울음산' 으로도 불리운다.

신라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품고 목놓아 울었다는 이야기와 왕건에게 패한 궁예가 통한의 울음을 울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명성산 (9백22m) 북쪽에는 철원8경의 하나인 삼부연폭포를 비롯해 오룡굴.용화저수지등이 있다.

동쪽에는 각흘봉계곡.백운동계곡등 무수한 비경지대를 산자락에 품고 있어 등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자인사를 지나 무너질듯한 암벽길을 따라 2시간여를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 안덕재쪽으로 펼쳐진 수만평의 억새밭은 망망대해를 이루며 바람결에 휩쓸리는 광경이 장관이다.

산정호수~자인사~삼각봉~등룡폭포~비선폭포~산정호수로 이어지는 총 거리는 9㎞.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영남알프스 = 백두대간에서 빠져나온 낙동정맥이 동해로 꼬리를 감추기 전 여력을 다해 빚어놓은 곳이 '영남 알프스' 다.

최고봉인 가지산을 비롯 운문산.천황산.재약산.신불산.취서산.간월산등 1천m가 넘는 7개의 고산과 수많은 봉우리로 형성돼 있다.

들머리인 배냇재 (6백70m) 까지는 차로 오르기때문에 수월하다.

배냇재에서 30분거리에 배냇봉이 있다.

2시간여동안 2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고 간월산을 거치면 신불산과 영취산을 이어주는 신불평원에 다다른다.

수십만평 너른 신불평원에는 은빛꿈 너울대는 억새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극락암~통도사까지는 승용차길로 연결돼 있어 지루하다.

배냇재~통도사까지 7시간정도 소요된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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