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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은행 퇴직임원 '그래도 갈곳 많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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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 들어 은행을 떠난 임원중 상당수는 은행의 자회사나 거래기업의 임원으로 '재취업' 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 들어 화의.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워크아웃 (기업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은행 임원직에서 물러난 뒤 이들 기업의 법정관리인이나 경영진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말까지 90여명의 은행임원들이 물러났지만 이중 절반정도인 40여명은 과거 거래했던 기업이나 은행 계열 리스.증권.카드사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전관 (前官) 예우' 차원에서 주거래은행의 퇴직임원들을 영입한 뒤 이들을 의식한 은행측으로부터의 특별한 '배려' 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주주총회에서 서울은행을 떠났던 김영태 (金永泰) 전상무는 지난 7월 워크아웃 대상인 동아건설의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

金전무는 동아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한일은행 허호기 (許晧基) 전상무도 최근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한 대한유화의 감사로 선임됐다.

대한유화는 許감사를 영입함으로써 10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법정관리를 4년으로 단축했고, 이에 도움을 준 한일은행에 고마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 서원태 (徐元台) 전상무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갑을의 부사장으로 임명돼 주채권은행인 상업은행과 갑을그룹의 대화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거래기업 가운데 부실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서울.제일은행의 퇴직임원 가운데 7명은 뉴코아.한보철강.미도파 등의 관리인으로 임명됐다.

또 은행 임원직을 물러난 뒤 은행 자회사의 사장이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도 여전히 남아 있다.

조흥은행 이종근 (李鍾根) 전상무는 조흥리스 사장, 김학수 (金鶴洙) 전상무는 조흥상호신용금고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민은행의 경우도 성백환 (成百桓) 전감사가 부국상호신용금고 사장, 장희진 (張喜鎭) 전상무가 국민상호신용금고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물론 퇴직임원들이라고 다 뒷자리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제일은행 이철수 (李喆洙).신광식 (申光湜) 전행장을 비롯해 이세선 (李世善) 전전무.박용이 (朴龍二) 전감사 등 4명은 부실대출에 대한 주주대표 소송에서 패소해 무려 4백억원을 은행에 배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또 5개 퇴출은행 임원 36명도 불법.탈법여신과 부실경영에 대한 손실책임으로 은행감독원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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