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아시아자동차가 현대로 넘어가는 것이 유력해지자 채권 금융기관들이 크게 당황하며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담보를 잡아 놓지 않은 종합금융사와 리스사 등은 부채를 한꺼번에 깎아줄 경우 자기자본을 까먹게 돼 또 한번 퇴출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금사 등은 기아차 부채탕감으로 생긴 손실을 올해 한번에 회계처리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눠 털어 낼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해 주든가, 은행과 마찬가지로 재정자금을 통한 자본금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 당황한 제2금융권 = 지난 3월말 현재 기아에 묶인 종금사 대출금은 11개사의 ▶대출금 1조2천8백81억원 ▶보증채권 8천4백2억원 등 총 2조1천억원에 이른다.
한 회사당 평균 2천억원씩 물려 있다.
많은 회사는 4천억원이 넘는다.
문제는 기아차 부채를 탕감해 줄 경우 담보가 없는 종금사 대출금부터 깎아 줄 수밖에 없는데 이럴 경우 종금사들은 무더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데 있다.
종금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기아차 대출금은 대손 (貸損) 충당금을 30%밖에 쌓지 않았다" 며 "종금사 대출금을 탕감해 주면 모자라는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고 지적했다.
종금업계는 이에 따라 손실금을 3년 이상 나눠 회계처리하도록 해주든가 성업공사가 기아채권을 비싼 값에 사 주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현대측의 입찰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눈치 보는 은행권 = 담보를 많이 잡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 눈치만 보고 있다.
내심으로는 부채를 많이 깎아 주면 손해가 많이 나 겨우 맞춰 놓은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지만 낙찰결과를 거부할 경우 안팎의 비난 때문에 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