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대입제도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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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은 전반적으로 보아 올바른 방향이다.

50여년간 지속돼 온 교과 성적 줄세우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특기를 인정하고 학생 선발에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키로 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또 이같은 제도가 정착되면 입시 위주로 돼 있는 현행 고교 교육의 정상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교과 성적 일변도의 대입제도는 전인 (全人) 교육

이란 목표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과외 성행에 따른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개선이 불가피했었다.

특히 고액 과외와 과도한 사교육비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망국병 (亡國病) 으로 불릴 정도였고 여러 차례 국가차원의 근절책이 제시됐지만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게 현실이었다.

이밖에도 성적.학벌 만능의 왜곡된 교육환경 속에서 청소년기를 입시에 찌들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들을 위해서도 입시제도 개선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새 대입 제도도 결코 문제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고교별 특성이나 학력차의 인정 여부인 '고교등급제' 문제다.

교육부는 고교별 학력차는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서울대는 최근 이를 실질적으로 전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하지 않았는가.

교육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대학측이 내부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것은 자율' 이라고 어정쩡하게 넘어가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는 셈이다.

또 전형 시기.절차나 방법의 다양화 등 획일적 입시제도에서 벗어나는 데 따른 부작용도 대비해야 한다.

고등학교는 교과성적 외에 특기나 봉사활동 등의 차등화에 대한 신뢰성 확보가 급선무다.

교사의 자질 향상과 함께 소신과 양심이 지배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학생 선발 과정에서 자율성이 확대된 대학측도 준비할 게 많다.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의 신입생 자율 선발 원칙 확대에는 찬성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아직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밖에 치맛바람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입시제도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으면 이를 악용하는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항상 있었던 게 우리의 과거가 아닌가.

이렇게 보면 결국 대입 개선안의 성패는 운용에 달린 셈이다.

새 제도의 좋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고교와 대학.학부모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첫 대상이 현재 중3 학생들로 아직 시행까지 3년여가 남았으므로 시행착오나 미비점이 없도록 교육부와 대학 당국이 세부 사항까지 보다 치밀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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