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에르난데스,양키스 2연승 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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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보트 피플에서 뉴욕 양키스의 수호신으로 - .

불과 1년전 올란도 에르난데스 (23) 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살며 월급 2백6페소 (약 1만3천원) 를 받는 가난한 병원 노동자였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 (MVP) 로 뽑힌 이복동생 리반 에르난데스 (플로리다 말린스)가 95년 쿠바 국가대표 야구선수 시절 조국을 배신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다는 이유로 쿠바정부는 올란도의 글러브를 빼앗았다.

동생과 함께 국가대표로 1백29승을 올렸던 성적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빵' 을 위해 일을 해야 했고 동생이 메이저리그 정상에 서는 것을 지켜볼 수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27일 (이하 한국시간) 그는 조각배 한척에 부인.동료 7명과 함께 몸을 싣고 카리브해를 건넜다.

바하마에 도착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올란도는 지난 3월 8일 뉴욕 양키스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조건은 4년간 6백60만달러 (약 1백5억6천만원) . 왼쪽 다리를 높이 들어올리는 특유의 투구폼과 마술같은 체인지업으로 그는 지난해 동생이 해냈던 것처럼 메이저리그를 정복해 나갔다.

올시즌 정규시즌에서 12승4패 (방어율 3.13) 를 기록한 올란도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1승2패로 몰렸던 팀에 승리를 안겼다.

올란도의 호투에 힘입은 양키스는 기세좋게 3연승을 거두며 4승2패로 월드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19일 홈구장에서 벌어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올란도는 7이닝동안 7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6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 팀에 2연승을 안겼다.

파드리스는 우완 올란도에 대비, 7명의 좌타자를 타순에 배치했지만 목숨을 걸고 카리브해를 건넌 그를 꺾을 수 없었다.

양키스는 1회말 3점을 뽑아 기선을 잡은 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버니 윌리엄스와 호르헤 포사다가 홈런을 터뜨려 9 - 3으로 낙승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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