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간염, 손씻기와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소재 고등학교에서 A형간염이 집단으로 발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A형간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0년 A형간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정하였는데, 특히 2008년부터 신고 건수가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역별로는 수도권 지역(서울, 인천, 경기)에서 신고 건수가 높고 이들 지역에서 시기적으로도 먼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A형간염의 발병은 지역의 위생보건환경과 연관이 있으며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 같은 곳은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고위험 지역으로, 이러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주로 소아기에 무증상으로 감염이 일어나며 이후에 면역력을 갖게 되므로 집단 발병은 드물다. 미국이나 북유럽 같은 저위험 지역의 경우 간헐적인 유행이나 집단발병이 특히 고위험군에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고위험 지역에서 저위험 지역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으로 환자의 80%가 20~30대로 알려져 있다. 위생 상태가 좋아지면서 어렸을 때 무증상으로 앓지 않고 청년기에 앓게 되어 심한 간염을 겪는 것이다.

A형간염의 원인은 A형간염 바이러스며 대변-구강 경로로 전파된다. 대부분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적으로 전파되거나 분변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로 옮겨지기도 한다. 잠복기는 15~50일(평균 약 28일)이며 간에서 증식해서 담즙을 통해 배출되므로 대변에서 바이러스의 농도가 높다. 황달이나 간기능 악화가 발생하기 전 2주 동안이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시기다. 보육시설에서 무증상 감염을 가진 영유아가 매개가 되어 집단 발병하거나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서 집단발병할 수 있다.

일단 감염이 되면 5세 이하의 경우 50~90% 정도가 무증상으로 앓고 넘어간다. 어른의 경우에는 대부분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피로감, 무기력, 식욕 부진과 메스꺼움, 구토, 발열, 근육통 등으로 나타나며 감기나 몸살, 장염 등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초기 증상만 있는 경우에는 대수롭지 않은 감기나 장염으로 여겨지므로 혈액검사를 하기 전에는 진단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초기 증상이 있은 후에는 짙은 소변과 황달, 흰색 변 등의 간염 증상이 나타나고 이때 간 비대가 동반되어 복통이 있기도 한다. 그러나 A형간염의 경우는 만성 감염을 일으키지 않으며 대부분의 환자는 몇 주 안에 회복된다. 또 한 번 앓으면 평생 면역이 지속된다. 가려움증을 동반한 황달이 수 주간 지속될 수 있으며 전격성 간염은 드물지만 고령 환자이거나 다른 기저 간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A형간염의 진단은 항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는데 연령이 높을수록 증상이 심하므로 심한 황달이 있거나 자주 토하는 경우, 고령 환자의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해야한다.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하고 적절한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이외 특별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투여하지는 않는다.

A형간염 바이러스는 음식물을 85。C로 1분간 끓이거나 가정용 표백제나 염산 소독을 하면 사멸할 수 있다. 음식을 완전히 익혀서 먹는 것이 예방에 중요하다. 또한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을 통해 쉽게 전파가 가능하므로 기저귀를 갈은 후, 화장실을 다녀온 다음, 음식을 조리하거나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A형간염 예방접종은 우리나라에 1997년 도입되었으며, 일반적으로 위험국가로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 직업적으로 A형간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사람, 만성 간 질환 환자(B형간염, C형간염), 군인, 의료인 등 위험군에게 예방접종이 권장되고 있다. 환자와 접촉을 한 경우 면역글로불린 주사와 A형간염 접종을 해야 한다. 소아의 경우 A형간염 예방접종은 생후 1년 이후에 가능하다. 소아는 무증상 감염 상태에서 항체를 가지고 있지 않는 성인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고, 학동기나 청소년기에 심한 급성 간염으로 발현할 수 있으므로 최근에는 반드시 접종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A형간염 예방접종은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있으며 접종과 관련한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험군과 소아에서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손 씻기와 위생환경의 개선을 통하여 A형간염을 예방할 수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장주영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