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몰래' 출병식…"파병 명분 퇴색"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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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이라크 파병 행사를 비공개로 치른 데 대해 "자이툰부대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파병 명분도 퇴색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경기도 광주의 특전사령부 교육관에서 윤광웅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환송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장병 가족과 유재건 국회 국방위원장 등 일부 의원만 초대됐고 언론 취재는 차단됐다.

파병 부대에 대한 테러 가능성도 있어 일정 등에 보안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고 언론도 협조를 약속했다. 그러나 같은 날 주한미군 소속 미 2사단 2여단은 이라크 출병식을 공개해 대비됐다.

한나라당 임태희 대변인은 3일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장병을 격려는 못해줄망정 마지못해 보내는 듯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부대변인은 "참으로 못난 정부의 못난 행동"이라며 "평화와 재건을 목적으로 국제 무대에 큰 역할을 담당하러 가면서도 긍지와 자부를 갖지 못하고 비공개 환송식을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각은 다르지만 민주노동당도 냉소적이었다. 박용진 대변인은 "명분 없는 파병을 강행하는 정부의 '묻지마 파병''알지마 출병'"이라며 "파병 반대 여론이 다시 일어날까 두려워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을 국민에게만 감추려는 것"이라고 했다.

행사가 비공개된 것은 한국군 출발이 테러단체를 자극하고 표적이 될 것을 우려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방침에 따른 것이란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이툰부대와 장비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아르빌까지 고속도로로 1200㎞를 이동해야 한다"며 "수㎞의 행렬에 완벽한 테러 방지 조치를 하는 게 불가능한 만큼 출발 시점부터 노출하지 않는 게 필수"라고 해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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