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쌍용차 사태 대형 불상사는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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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쌍용자동차 사태가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이 불법 점거 농성 중인 노조원 강제 진압에 나선 지 이틀째인 어제 오전 쌍용차 평택 공장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경찰이 헬기와 고가 사다리차 등을 동원해 조립 3·4공장과 도장 1공장 장악을 시도하고, 노조원이 화염병으로 맞서면서 공장 곳곳에 불이 나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그 와중에 노조원 3명이 옥상에서 추락해 다치고 경찰 수십 명이 부상했다. 평화적 해결을 바랐던 우리로선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쌍용차 공장 구내에 진입한 뒤에도 농성장에 대한 강제 진압은 자제해 왔다. 그러나 노사 간 최종 협상이 결렬되고 불법 파업이 70여 일을 넘긴 현 상황에선 경찰로서도 더 이상 사태를 방치할 명분이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점거 농성 강제 진압에 나선 것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끝까지 신중을 기해 줄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이제 노조원들이 모두 모여 있는 도장 2공장 진압만을 남겨 놓고 있다. 문제는 인화물질로 가득 찬 도장 2공장에 대한 진압을 강행, 노조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일 경우 자칫 대형 참사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오랜 농성으로 심신이 지치고 쇠약해진 노조원들이 강제 진압에 맞서 어떤 극한 행동을 감행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용산 참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후유증은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노조는 지금이라도 노조원의 생명을 볼모로 한, 명분도 실익도 없는 불법 파업을 그만둬야 한다. 스스로 농성을 풀고 공장에서 나와야 한다. 그게 노조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다. 법무부 장관도 “지금이라도 농성을 풀고 나오면 최대한 선처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점거 농성을 고집할 때 남는 건 쌍용차의 파산뿐임을 알아야 한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 등 쌍용차 사태를 악화시켜 온 외부 세력도 이젠 노조가 일단 농성을 풀도록 종용해 주길 바란다. 생명보다 고귀한 것은 없다. 최악의 불상사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