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통화가 벼락을 부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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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휴대전화로 통화하면 벼락에 잘 맞을까.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잇따라 휴대전화로 통화하던 중 벼락을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전남 장흥군 관산읍 고마리 장환도에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던 박모(46.경기도 수원)씨가 벼락에 맞아 사망했다. 박씨의 왼쪽 귀 부근에는 검게 그슬린 화상 흔적이 있고, 벼락을 맞을 당시 휴대전화를 쓰고 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 볼 때 휴대전화가 벼락을 끌어들였을 것이란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난달 23일 만리장성에 오른 관광객 10여명 중 한 명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벼락을 맞고, 그 주변 사람들이 집단으로 혼절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 6월에는 지린성(吉林)성 창춘(長春)에서 거리를 지나던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벼락에 맞아 숨졌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 전파가 많이 발생해 벼락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비 오는 날이나 벼락이 치는 날 넓은 평지에 있을 경우 휴대전화를 아예 꺼놓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는 켜 있기만 해도 전파를 발생시킨다. 벼락은 전파를 발생하는 전자기기나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 등에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대해 휴대전화 업체 측은 "단말기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이번 사고와 휴대전화의 상관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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