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섬유 석면]노출 위험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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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에 산재한 석면제품 제조공장은 51개 (97년 기준) .이중 일부 건축자재 생산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 규모로, 공장 안팎의 안전관리는 물론 공장 이전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다.

이달초 현지취재로 살펴본 부산.울산의 몇몇 석면제품 생산공장들의 석면관리는 허술하다 못해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부산시내 최대 규모의 가구 생산.도매단지가 자리잡은 사하구구평동내 N사가 대표적인 사례. 이 공장은 지난 96년 공장 내부의 석면먼지농도가 ㏄당 17개로 국내 허용기준치의 8.5배에 이른 것으로 지적된 업체다.

공장 마당에는 2백여개의 석면부대가 야적돼 있었고, 이 가운데 20여개는 포장이 터져 석면섬유가 밖으로 노출돼 있어 다른 영세공장과 식당.식료품점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공장주변으로 석면먼지가 퍼질 수밖에 없게 돼 있었다.

태화강 상류지역인 울주군상북면천전리의 H사. 간판도 보이지 않는 이 공장은 방화용 대형 석면포 1백여장을 공장 옆 길가 공터의 건조대에 내걸어 말리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불과 4백m쯤 거리에 고층아파트 4개동이 자리잡고 있었다.

압축석면판을 만드는 부산시북구덕포동의 D사. 근처엔 크고 작은 공장과 함께 상가와 주택가, 심지어 운전면허시험장과 대단위 아파트단지까지 들어서 있었다.

석면작업장 실사 경험이 많은 아주대 장재연 교수는 "석면의 유해먼지가 바람을 타고 전파될 가능성이 큰 만큼 주거지나 공공시설 인근에 위치한 석면공장은 근로자는 물론 주변 일반인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고 경고했다.

서울잠원동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정모 (34.회사원) 씨는 지난 8월 아파트 배관 교체공사를 하는 동안 배관에서 걷어낸 석면이 아파트단지 여기저기에 쌓인 것을 보고 놀라 직원들에게 항의했으나 "별것 아니다" 는 반응을 얻어냈을 뿐이다.

그는 공사기간 내내 몸 여기저기가 따끔거리고 가려운 증상을 겪었다.

뿐만 아니다.

이달초 아파트 목욕탕 천장보드를 수선하면서 천장공간에 과거 아파트공사중 인부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팔뚝만한 석면 덩어리가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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