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사로 누굴 보낼지 지난 몇 주간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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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 언론들은 4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주요 뉴스로 타전하며 북·미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시시각각 속보를 내보내며 “클린턴의 방북 목적은 단순히 여기자 석방뿐만 아니라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15년 만의 미국 최고위급 인사의 방북”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를 위한 클린턴의 첫 번째 외교 미션”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정부는 특사로 누구를 보낼 것인지를 놓고 몇 주간 고심한 끝에 클린턴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평양 현지발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순안공항에 도착했으나 기자들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며 “북한 측이 공항 주변 8㎞ 지점부터 접근을 차단하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 NHK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구속된 여기자 석방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물밑 협상을 진행해온 결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외신에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클린턴의 방북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조지 W 부시 전 정부 때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여기자들을 계속 억류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여기자들이 곧 석방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도 “클린턴 같은 최고위급 인물이 어떠한 보장 없이 움직이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북한이 클린턴이 방북하면 여기자들과 함께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먼저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융(劉江永) 중국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클린턴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 관계의 긍정적인 신호이자 중요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데니 로이 미국 하와이대 동서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고 미국도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양자관계가 진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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