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영수회담 구걸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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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14일 대여 (對與) 투쟁 노선을 재정비했다.

막바지에 접어든 검찰의 '총격요청 의혹사건' 수사와 국정감사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회창 (李會昌) 총재가 진두지휘를 한다.

그는 정면 돌파외엔 달리 탈출구가 없다는 생각을 굳힌 듯 하다.

李총재 주재의 주요 당직자회의는 우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온 영수회담에 대한 당론부터 통일시켰다.

"우리는 회담을 구걸하지 않는다" 고 선언했다.

영수회담에 매달리는 듯 비춰지는데 대한 불쾌감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여권이 회담 조건으로 내건 국세청 모금사건 등에 대한 '李총재 선 (先) 사과' 의 철회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조건없이 국회 등원을 한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권이 사과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경색 정국을 풀려는 의지가 없다는 얘기" 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동안 당 중진과 참모들로부터 "사과 표명을 하라" 는 조언을 받아온 李총재는 한걸음 나아가 "조건을 단 회담이라면 우리도 원하지 않는다" 고 되받아쳤다.

지난 주말엔 김윤환 (金潤煥) 전 부총재까지 "李총재 개인의 관련 여부에 관계없이 당총재로서 사과하는 게 옳다" 고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李총재는 이같은 주문들을 한꺼번에 물리친 셈이다.

야당으로서 처음 맞는 국감에서는 현 정권의 실정을 무차별로 두들겨 수세국면을 뒤집겠다고 벼른다.

李총재는 13일 의총에서 '공격적 국정감사' 를 촉구하기도 했다.

'신북풍 고문조작' 을 추궁할 안기부, 편파 사정을 따질 법무부에 대해선 특히 당 안팎의 전문가들을 모두 동원해 자료를 모으고 있다.

이들 사안을 포함, 당 정책위의 특별팀이 10개 핵심 쟁점을 선정해 놓고 있다.

그동안 자체 수집한 여권 인사들의 비리도 터뜨리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내 반 (反) 이회창 그룹의 비협조도 이같은 적극적.공세적 투쟁을 거치면서 상당수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李총재가 후보로 나선 대선 관련 의혹사건들로 인해 비주류 일각의 반감은 갈 때까지 간 상태. 李총재측으로선 이참에 추후 이탈 세력과 다시 뭉칠 세력을 빨리 갈라놓을 필요도 있다고 본다.

李총재는 당 상임고문단 및 정계 원로들과 13, 14일 잇따라 만나 조언을 받거나 입장 해명도 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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