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키델릭'으로 7집음반 록그룹 시나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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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자벌레가 기어가는 모습의 기괴한 벽화, 60년대 히피즘의 상징이었던 풍선모양의 왜곡된 알파벳그림…. 언더록의 요람 홍익대 앞거리에 록그룹 시나위가 차린 카페 'SINAWE' 의 풍경이다.

그들이 최근 자기네 카페 인테리어같은 7집 음반 '사이키데로스' 를 내놓았다.

브릿팝과 모던록, 사이키델릭이 혼재하는 음반의 주조는 제목 그대로 사이키델릭. 지미 헨드릭스, 제퍼슨 에어플레인, 아이언 버터플라이, 그레이트풀 데드 등 60년대말~70년대초를 풍미한 환각적인 록이다.

국내에서도 그룹 리더 신대철의 아버지 신중현이 멋진 연주를 보여줬던 전설적 장르다.

타이틀곡을 포함해 초반 3곡은 모던록 냄새가 짙다.

밝은 느낌의 타이틀곡 '희망가' 와 '상승' 은 브릿팝 스타일의 액체성 사운드이고, 세번째곡 '유리상자' 는 올터너티브적 리듬변환이 흥겹다.

우울한 사이키델릭 분위기는 나머지 11곡에서 점차 고조된다.

'취한 나비' '붉은 장미밭' '미친 계절' '악의 꽃' 등 제목부터 자극적이고,가사도 꽤나 비판적이다.

수록곡마다 효과음을 내는 장치의 일종인 페이저 (Phaser) 를 쓴 신대철의 기타가 연신 회돌이를 친다.

김바다가 맡은 보컬도 때로는 흐느적대고 때로는 격한 음색으로 14개 트랙을 누빈다.

베이스역시 코드 음정을 낮춰 음울하고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돋군다.

시나위는 메탈 일색이었던 1~4집 시절과 달리 5집과 6집에서 차례로 올터너티브적 면모를 선보인 바 있다.

여기서 다시 사이키델릭으로 나아간 7집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전천후 록그룹 시나위' 라는 선언이 분명해 보인다.

"왜 사이키델릭을 택했나" 고 묻자 네 멤버는 죽음, 순수, 그리고 '세기말적 분위기' 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신보의 핵심은 신대철의 말대로 '아버지 세대 사이키델릭 록의 리바이벌' 이다.

환각적인 분위기를 낸 점에서 시나위는 일단 그 목표에 성공한 듯하다.

요즘 감각에 맞는 모던록적 요소도 첨가해 젊은 세대의 환영을 받을만하다.

그러나 헨드릭스나 아버지 신중현이 보여주었던 주술적인 카리스마는 찾기 어려워 아쉽다.

시나위는 7집을 내면서 또한번 곡절을 겪었다.

86년 '크게 라디오를 켜고' 를 내면서 데뷔한 시나위는 임재범.김종서.강기영 (달파란).서태지등 걸출한 로커들을 배출한 요람이 되었지만 멤버들간의 다툼이 끊이지않아 그룹 진용이 밥먹듯 바뀌었다.

이번에도 베이시스트 전한종이 음악적 의견차이로 탈퇴했고, 대신 김바다와 그룹활동을 같이했던 김경원이 캐스팅되는 변화가 있었다.

시나위는 7집 발매 기념으로 오늘 (15일) 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 연강홀 (02 - 708 - 5001)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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