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패와의 전쟁' 모두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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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중하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척결작업에 전내각이 총력적으로 나서도록 지시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행정자치부.법무부.감사원 등에 부정부패 일소방안을 마련해 보고토록 지시한 것은 이에 대한 金대통령의 '특별한 의지' 를 읽을 수 있는 부분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하위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적발된 서울시 재개발과 6급 (행정주사) 공무원의 2백억원대 축재사건이나 서울 서초구청 위생과 직원들의 47차례 1천3백만원어치 공짜 술사건 등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국민들이 체감하는 전체 공직자 비리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중하위 공직자 비리의 체질화다.

날이 갈수록 민원부서 근무자들은 뇌물이나 급행료를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여서 최소한의 양심이나 윤리도덕마저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부서에서는 중간 간부들과 상납 연결고리를 맺는가 하면 업소를 인수인계하는 등 제도화되는 실정이라니 이쯤 되면 바로 망국병이 아니겠는가.

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공직자 기강확립과 사정을 강조했다.

'윗물맑기 운동' 을 벌이며 하위직까지 효과가 파급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범 8개월이 지나도록 공직자 비리가 개선되기는커녕 심화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결국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이를 근절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이제 단편적 단속으로 공직자 비리 척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라는 게 우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므로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부패와의 전쟁' 을 선포하고 온 국민이 나서 함께 싸워야 한다.

먼저 정부는 비리의 온상인 각종 행정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부조리 발생 소지부터 없애라는 것이다.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규제철폐 문제가 반복 지적됐지만 실천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결국 이해관계에 매달려 비리를 조장해 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규제혁파가 해당 부처의 힘으로 어렵다면 정부차원에서 검토해 강행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또 고위 공직자의 솔선수범과 함께 하위직의 사기를 높이고 근무기강을 확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직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한편 보람과 소명의식을 동시에 느끼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은 공직자 비리가 우리 모두의 잘못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패와의 전쟁' 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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