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성'출간 50주년 맞아 보봐르 재조명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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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내년은 현대 페미니즘의 고전 '제2의 성' 이 출간된지 50주년. 이를 맞아 '제2의 성' 의 저자인 소설가 시몬느 드 보봐르를 새롭게 조명하는 책들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보봐르가 남편 사르트르의 철학적 제자였다는 지금까지의 통설을 뒤집고 오히려 그녀가 세련된 철학자일 뿐 아니라 사르트르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주장.

미국 남일리노이대 마거릿 시몬즈교수가 내년에 출간할 '보봐르와 제2의 성' 은 일기와 미공개 편지를 통해 실존주의의 핵심 용어인 '타자 (他者)' 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보봐르가 19세의 소르본 대학생 시절인 1927년 일기에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이 실존주의 선언이라 할 수 있는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1943년)에 반영되었다고 주장했다.

사르트르는 이책에서 인간이 본래 타자에 대해 거리를 두는 존재이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갖는다는 점을 들어 자율성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영국학자인 에드워드 풀브룩은 올해 출간한 '시몬느 드 보봐르' 에서 심지어 실존주의 핵심 개념도 사르트르가 아닌 보봐르의 아이디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봐르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억압.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라는 그녀의 유명한 명제로 나타난 이같은 생각은 그녀의 삶과 저작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 달리 사르트르에 대한 사랑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한 그녀의 태도는 여성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보봐르에 대한 재평가는 '제2의 성' 출간 50주년이 되는 내년에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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