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흑인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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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뉴욕의 할렘가에 사는 임신부 나퀠 윌리엄스(22·여)는 남편이 감옥에 복역 중인 데다 직업이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의 태중 아이에 대한 교육열은 남다르다. 그는 “아들만큼은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며 지난 1일 아침 이 지역의 ‘아기 대학’에 참석했다. 그는 10여 명의 다른 임신부와 함께 태아를 위한 식단과 올바른 수면 습관에 대해 배웠다.

윌리엄스가 다니는 ‘아기 대학’은 미국의 교육 개혁가인 지오프레이 캐나다(57·사진)가 1990년대에 세운 기관이다. 캐나다는 이 지역 주민들처럼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고 90년부터 할렘에 있는 흑인을 위한 비영리 기구인 ‘할렘어린이구역(HCZ)’을 맡으면서 이 지역 교육 개혁을 위해 일해왔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HCZ의 활동을 본보기로 삼아 그의 교육과정을 미국 20개 도시에서도 실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일 보도했다. 미 정부는 이를 위해 2010년까지 1000만 달러(약 122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캐나다는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한다. 각 단계에 맞는 성장과정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성장과정을 꼼꼼히 검토하는 인터넷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배 속 아이들을 위해 먼저 ‘아기 대학’을 만들었다. 임신 9주가 된 임신부들은 이곳에서 뇌의 발달과정과 부자간 유대관계 등에 대해 배운다. 세 살 이상 아이들을 위해서는 ‘약속의 학교’를 만들었다. 3~5살 아이들은 여기서 매일 음악·미술·작문 교육을 받는다. 아이들의 꿈을 자극시키기 위해 미국의 일류 대학 이름인 ‘하버드·컬럼비아’와 같은 단어들을 자주 말해주기도 한다.

10여 년간 진행된 캐나다의 교육 프로그램은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1년간 수학 성적이 많이 올라간 흑인 학생들은 중학교에 진학해 백인 학생과 동등한 성적을 올렸다. 캐나다는 “(많은 아버지가 감옥에 간 것과는 달리) 우리 아이들은 자라서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일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며 “많은 아이를 대학에 보내 세대 간 빈곤을 끊겠다”고 밝혔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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