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불법 집회 논란 … 개장 사흘 만에 피켓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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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민주·민노 등 야 4당 서울시당 당원들과 문화연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조례안 폐지’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미신고 불법 집회’로 규정해 이들을 연행했다. [김태성 기자]


1일과 2일 38만여 명이 다녀간 광화문광장에는 3일 오전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분수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꽃밭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 준비해온 간식을 먹는 나들이객들….

이런 여유로움은 오전 11시쯤 깨졌다. 광장 한복판에 민주당·민노당 등 야 4당의 서울시당과 문화연대·참여연대 등 단체 회원 20여 명이 ‘광장이 닫히면 사회가 닫힌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모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을 사용하려면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의 이중허가를 받아야 한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례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5월 공포된 ‘광화문광장 이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사전 허가를 전제로 ▶질서와 청결 유지 ▶허가된 범위 내에서의 음향 사용 ▶시민의 자유로운 통행 방해 금지 등을 시행규칙으로 정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경찰 30여 명이 출동했다. 이어 “여러분은 불법 집회를 하고 있다. 자진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곧바로 경찰과 정당·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기자회견이 불법 집회냐” “피켓을 동반했기 때문에 불법 집회다”라는 입씨름도 벌어졌다. 20분쯤 지나자 경찰의 수는 2배로 늘어났다. 경찰은 3차 경고에도 해산하지 않자 이들 중 10명을 연행했다.

서울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기자회견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규정된 집회 형식에 해당했으나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고 연행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순히 피켓을 들었다고 연행하는 것은 과도한 법 집행”이라며 “4일 같은 시간에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다시 열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은 개장 사흘 만에 집회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착잡했다. 가족과 함께 나온 김병철(35·회계사)씨는 “광화문광장은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인데 특정 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면 시민들이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겠느냐”며 “서울시의 결정(집회·시위 불허 방침)은 제2의 시청광장을 만들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인천 숭의동에서 온 김태순(54·회사원)씨는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한복판에 있는 전 국민의 명소”라며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교통통제 등으로 시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동신(38·회사원)씨는 “성숙한 시위 문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경진·정선언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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