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광화문광장, 불법 시위꾼에게 내줘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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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광화문광장에서 어제 정당·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불법집회를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품에 안긴 지 불과 사흘 만이다. 야 4당과 문화연대·참여연대 등이 광화문광장조례안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자 경찰이 미신고 불법집회로 보고 참석자 20여 명 중 10명을 연행한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불법 시위와 집회로 얼룩졌던 서울광장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광화문광장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닫힌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광화문광장을 시민의 광장으로 되찾는 데 필요한 모든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한마디로 터무니없는 주장이요, 협박·공갈이 아닐 수 없다. 붉은 띠와 살벌한 구호, 더 나아가 죽창과 화염병 시위가 가능해야 시민의 광장이란 말인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한 대로 광화문광장은 ‘우리 역사를 상징하는 국가 대표 광장’이어야 한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게 옳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가 집회나 시위 목적의 광장 사용을 사실상 불허하고, 전시회 등 볼거리 위주로 사용을 허가하는 방침을 정한 것은 불가피한 조치다. 광화문광장을 폭력 시위꾼에게 내어줄 수는 없지 않은가. 시위꾼들에 의해 광장 바닥돌이 깨어져 허공을 날아다니고 광장 안 ‘플라워 카펫’의 꽃들이 짓밟히는 순간 광화문광장의 의미도 빛이 바래고 말 것이다.

광화문광장엔 시위·집회를 막기 위한 물리적 장치가 없다. 시위꾼이 맘먹으면 불법 점거가 가능한 열린 공간이다. 공권력의 물리적인 억제로는 광장을 지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광장을 지키는 건 시민의 몫이다. 시민의 힘으로 불법·폭력 시위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은 역사광장, 문화광장, 여가광장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해 불법집회는 처음부터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광화문광장이 진정한 시민의 광장, 국민의 광장으로 터를 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