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MB 재산 기부 대단한 일” MB “부시 퇴임 후 활동 기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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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일 제주의 한 호텔에서 방한 중인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이후 9개월 만이다. [청와대 제공]


“상당히 건강해 보입니다.”(이명박 대통령)

“무거운 책임감을 벗고 마음이 편해져 그런 것 같습니다.”(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1일 오후 제주도에서 재회한 이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사이에 오간 인사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11월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9개월 만이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이 현직이었던 만큼 전·현직 대통령의 달라진 신분으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페루에서의 마지막 만남 때 “퇴임 후 제주도를 방문해 주기를 바란다. 내가 직접 안내하겠다”고 부시 전 대통령에게 약속한 일이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으로선 이번 ‘제주 회동’으로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숙소인 롯데호텔로 찾아온 부시 전 대통령을 직접 안내해 함께 바닷가를 15분간 산책했다.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만찬을 같이했으며, 2일 조찬에도 부시 전 대통령을 초대했다.

연이은 만남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근황에서부터 한반도 정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특히 부시 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뒤 “당신은 굳건한 지도자(You are a strong leader)”라며 “건승을 빈다”고 덕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화답했고, 백자 찻잔을 선물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 후 행보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 구현에 맞추고자 한다. 이를 위해 ‘부시 기념도서관’ ‘정책연구소’ 등을 설립 중”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역사에 기억될 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전경련 관계자들과 골프도 쳤다. 3일에는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한 뒤 4일 출국할 예정이다.

◆“한·미 FTA 의회 비준돼야”=부시 전 대통령은 1일 서귀포시에서 열린 전경련 국제경영원 주최 2009 여름포럼에 참석해 “재임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합의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실망스러운 건 재임 기간 한·미 FTA의 의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뒤 “한·미 관계를 더 돈독히 하기 위해 한·미 FTA를 통과시켜야 한다”며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 합의문이 아니라 전략적인 합의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세 차례 방문해 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며 “세 분과 가까이 지냈으며, 간혹 의견 차가 있었지만 크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생활에 대해선 “시속 100㎞로 달리다가 0㎞로 멈춰 선 기분”이라고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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