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암 완치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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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암(癌)입니다."
이 한 마디에
사형선고라도 받은 듯
힘없이 고개를 떨어뜨리는 환자.

암 보험에 든 한국인이
788만명이 넘고
MRI.CT 같은 고가 진료장비가
선진국보다 많아도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요.

정부나 직장에서
무료로 해주는
암 검진조차 귀찮아 하는데.

'사는 게 바빠서'라고요?
그럼 죽는 것도 바빠집니다.
'결과가 무서워서'라고요?
그럼 무서운 결과가 닥칩니다.

"한국인은 일이 닥치기 전엔
준비하지 않는다"는
서울시장의 말이 생각납니다.

지금부터라도 손을 쓰면
늦지는 않을 텐데
"잘 듣는 영약(靈藥)이 있대요"
"굼벵이가 좋대요"
"기도하면 효험을 본대요"…
솔깃한 목소리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몸을 맡기려 합니다.

이제라도 꼬박꼬박 검진 받고
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겁부터 먹지 말고
의사와 터놓고 상의하십시오.

의사가 못 미덥다고요?
오진이 많다고요?
못 나을 병 고생만 한다고요?

물론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당신 몸의 암세포를
도사님이나 신령님,
아니면 버러지에게
없애달라고 기대렵니까.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로
암과 싸우려면
그래도 의사밖에 없습니다.

*암 완치율이 64%에 이르는 미국에선 암을 만성질환으로 간주한다. 암환자의 생사 저울추가 한국에선 '죽음', 미국에선 '생존' 쪽으로 기운 셈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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