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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디어기업 나오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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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호 30면

세계시장의 눈으로 들여다본 한국은 태풍 속의 찻잔과 같이 위태롭다. 내부에서 한국을 살펴봐도 한국호의 찻잔 속에서는 매일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찻잔이 깨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지난달 22일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미디어법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국회의원의 난투극을 거쳐 통과됐다. 한국의 방송미디어 분야는 콘텐트 품질뿐만 아니라 거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외국의 정보통신미디어 기업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성보경의 M&A 칼럼

세계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지배는 ▶군산복합체에 대한 지배 ▶기초원자재 기업에 대한 지배▶에너지 기업에 대한 지배▶식량 독점 기업에 대한 지배 ▶투자금융자본에 대한 지배와 함께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이다. 정보통신 외의 다섯 분야는 이미 소수의 다국적 기업에 의해 독과점되는 지배구조가 형성돼 있다.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분야는 21세기 들어서면서 소수 기업 주도로 M&A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거대 독점자본과 다국적 기업은 단일화되는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정보통신미디어 기업에 대한 경영권 통제,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네트워크 분야에 대한 M&A를 추진하고 있다.

소수의 특정 기업이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산업을 M&A와 카르텔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소유 또는 지배하게 되면 정보의 지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의식의 변화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이 소유하고 있는 거대 다국적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기업은 세계 투자금융자본과 결합해 정보를 만들어 유포하고,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지배해 공룡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강력한 국가권력이라고 해도 거대한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기업을 장악할 수 없게 됐다. 거대 복합 언론자본은 제4의 세계 권력이 됨과 동시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막강한 세력이 됐다.

호주 출신의 유대인 언론 기업인이자 세계적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루퍼트 머독이 지배하고 있는 뉴스 코퍼레이션은 선데이 타임스, 스카이 텔레비전, 폭스 네트워크 등을 M&A를 통해 인수해 150개 이상의 언론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미국의 비아컴 또한 기업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친 섬너 레드스톤이 최고경영자가 되면서 영화사 파라마운트와 음악채널 M-TV를 인수하고, 1999년에는 CBS까지 인수해 60여 개의 계열사를 소유하는 세계적인 정보통신미디어 기업군을 만들었다. 역시 M&A 전략으로 ABC와 ESPN을 거느리고 있는 미 월트 디즈니나 NBC 및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프랑스의 비방디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미 GE도 세계 10대 거대 다국적 정보통신미디어 기업군에 속한다. GE의 경우는 다국적 기업군과 GE 캐피털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방송미디어 기업을 M&A함과 동시에 프랑스의 비방디와 전략적 제휴를 해 세계적인 정보통신미디어 그룹이 됐다.

M&A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통신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엔 미국의 AOL 타임워너도 있다. AOL 미디어 그룹, 터너 브로드캐스팅 그룹, CNN 방송그룹, 워너 브러더스 그룹, 주간지 타임 그룹, 오락채널 HBO 그룹 등의 대규모 기업이 주식 교환 또는 합병, 지분 인수 등으로 통합돼 세계 3위의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그룹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도 독일의 베텔스만, 일본의 소니, 미국의 리버티 미디어 및 AT&T 등이 M&A 또는 계획적인 퍼즐게임을 통해 거대 정보통신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제 세계 방송·신문·영화·음악·인터넷·잡지·만화·게임 등으로 구성된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분야는 10대 거대 다국적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기업이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콘텐트의 70% 이상을 만들어 유통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모든 국가나 기업 그리고 소비자는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의해 생활 습관 및 판단 기준을 결정하고, 미래를 설계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BS·MBC·SBS 세 지상파 방송사가 독과점 체제를 형성한 한국의 미디어방송 분야는 미디어법 개정을 계기로 새로운 경쟁 사업자가 등장할 전망이다. 세계시장에서 미디어방송 분야는 대부분 M&A 전략과 퍼즐게임을 통해 다국적 복합 정보통신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범위 또한 다국적화했다. 방송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인 정보통신 지배 기업들이 국제 투자금융자본과 결합해 다국적 M&A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미디어방송 사업도 글로벌 경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세계 방송통신미디어 시장이 거대 기업에 장악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미디어방송 업계에서도 국제 경쟁력을 갖출 M&A 전략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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