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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은 거대한 '약재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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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건강관련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한솔동의보감 건강백화점에서 소비자들이 인삼을 고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약재도 이젠 백화점 분위기의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서울 제기동 약령시장 바로 옆에 한약재와 건강식품 등을 한자리에서 판매하는 백화점식 약재 전문 상가인 '한솔동의보감'이 지난달 말 문을 열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약재 쇼핑몰 형태로 지어진 곳이다. 옛 미도파백화점 제기점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약령시장 주변에는 '동의보감타워'의 건설 공사가 한창이고, '한방천하'와 '롯데 불로장생 타워' 등은 터를 잡아놓고 건설 시기를 저울질하는 등 약재 백화점이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화 바람이 일고 있는 제기동 약령시장과 한솔동의보감에 다녀왔다.

◇3시간이면 진맥 받고 약재도 구입=한솔동의보감은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다.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패션잡화와 선식.건강용품 등의 매장으로 꾸며졌다. 한방 전문점은 2, 3층에 몰려 있다. 인삼 전문점과 한약재.한약국.탕제원.한방건강용품점 등은 거의 여기에 모여 있다. 4층은 가구 전시장이고 5, 7층은 식당가이다. 6층에는 내과.소아과.부인과 등 양방의원과 한방의원, 약국이 줄지어 있다. 3시간 정도면 진맥을 받고 처방에 따른 약을 달여 가져 갈 수 있다. 택배를 신청하면 다음날 배달해 준다. 이는 재래 약령시장의 운영 방식과 비슷하다.

재래 약재시장과 다른 점은 이곳이 백화점 경영 방식과 마케팅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개점 행사로 경품과 세일행사를 했고, 아줌마 팔씨름 대회 등 이벤트도 열렸다. 13일부터 22일까지 '인삼.한약재 파격 세일'을 할 예정이다.

한솔동의보감 측은 "백화점 정기세일처럼 해마다 8월 중순에 약재 세일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솔동의보감'이란 이름의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로 홍삼 상품을 내놨다.

품질 검사도 엄격하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검사를 받지 않은 인삼이나 중국산 인삼을 파는 점포는 일정기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특히 한솔 측은 충남 금산의 인삼 도매상을 유치해 인삼 가격이 다른 시장보다 20~30% 정도 싸다고 주장했다.

◇엇갈린 소비자 반응=한솔동의보감의 입점률은 아직 70%에 그쳐 곳곳에 빈 점포가 눈에 띈다. 경동시장에서 인삼 도소매를 하다 입점했다는 신모(63)씨는 "아직 개점한 지 얼마 안 돼 매출은 기대에 못 미치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솔동의보감㈜ 김선태 이사는 "현대적인 건물에 백화점 경영방식을 도입했기 때문에 기존 약령시장의 주 고객층인 중.장년층에다 젊은 세대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기동 약령시장 상인들은 한솔동의보감의 개점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 상인은 "약령시장은 동네의 약재상이나 한의원 등 주로 단골 위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쇼핑 환경이 좋은 곳으로 옮길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화점식 쇼핑몰은 일반 소비자가 약재를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재래시장의 판도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게 일부 상인의 시각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깨끗한 건물에 주차장도 있어 편리하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 티를 내려고 잡화를 파는 등 상품 구색을 갖춘 것이 오히려 거슬린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철재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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