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아름다워] 복원 앞둔 명동 옛 국립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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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07년 재개관하는 서울 명동 옛 국립극장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복원사업 추진 설계 자문위원회'는 설계용역 발주를 '현상 공모'로 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공모-선정-계약이 이뤄지는 빠듯한 일정이지만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극장 디자인을 기대하고 있다.

명동 옛 국립극장 복원사업은 국내 극장 건축사에 기록될 만한 첫 리모델링 사례다. 세종문화회관과 국립극장이 개보수를 마쳤거나 진행 중이지만, 뼈대 자체를 허물고 새로운 극장 개념을 도입하는 복원은 아니다.

명동 옛 국립극장은 1973년 국립극장이 지금의 남산 중턱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쓰이던 명동 예술인의 명소였다. 1936년 '메이지자(明治座)'라는 영화관으로 출발, 해방 후 시공관.명동예술회관을 거쳐 국립극장의 본거지가 됐다. 대한종금이 이 건물을 매입해 사용하던 것을 문화예술인들의 되찾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정부가 이를 다시 사들여 예술인들의 품으로 돌려주기로 했다. 문화사적 가치가 높은 바로크식 외관은 그대로 살리고 내부 사무공간을 헐어 600석 규모의 첨단 공연장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극장 디자인은 복원을 위한 사전 연구와 자문회의.설문조사.공청회 등을 거쳐 수렴된 극장의 기본적 조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새롭게 문을 열 국립명동극장은 연극 등 극예술 전문 공연장으로 기획 중심 프로그램이 대종을 이루게 된다. 하지만 첨단 음향시설 등이 요구되는 음악 분야보다는 디자이너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훨씬 더 많다. 이 기회에 공연장 하면 '프로시니엄(액자)무대'를 떠올리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재단법인을 통한 민간위탁 운영방식을 택할 국립명동극장은 투입예산 대비 보전율(재정자립도)을 40~50%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른바 기초예술을 옹호하는 공공극장의 합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다. 개관 훨씬 전이라지만, 이 목표를 꾸준히 지키면서 공공극장의 새 모델로 성공하길 덕담 삼아 이야기한다.

정재왈 공연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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