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환경 장군'소년 등장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내 친구들이 여기서 놀고 있어요. 도로를 만든다고 나무가 가득한 공원을 없애는 것은 싫어요. "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에 헐렁한 군복바지.군복재킷. 영국에서는 요즘 나무 위에서 살고 있는 거지 차림의 11세 소년이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등장해 화제다.

언론이 이 소년에게 붙여준 이름은 '환경장군' . 영국 잉글랜드 동남부 서리주 엡섬시에 살고 있는 매슈 윌리엄슨이라는 이 소년은 올해초 개발업자들이 마을 한가운데 자리잡은 공원을 없애고 도로를 내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해 공원에 있는 1백30년 된 자작나무에 올라가 오두막집을 세워놓고 살기 시작했다.

곧 이어 홀어머니와 여동생도 합류,가족 전체가 나무위 생활을 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마을 안팎의 환경보호주의자들이 몰려들어 조그만 공원을 아예 점거하게 된 것. 엡섬시 의회는 이들에게 퇴거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환경보호주의자들이 '환경장군' 을 앞세워 법정에 퇴거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졌다.

자연사랑 때문에 학교 가기마저 거부해버린 이 소년의 요즘 일과는 공원내 휴지줍기와 나무 보호 등. 마을사람들도 '공부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이 소년을 위해 개인교습까지 해주는 등 성원을 보내고 있다.

지난 8월말 런던 고법은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소년에게 나무위 오두막에서 살 수 있도록 허가했다.

최종 판결은 이달초 있을 예정. 영국 사람들은 공원보존을 통한 환경보호와 도로개설 중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