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3일만에 병원 간 이기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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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기택 (李基澤) 전 총재권한대행이 단식 13일만인 1일 병원에 이송됐다.

경성비리 연루 혐의로 검찰의 소환대상이 된 직후인 지난달 19일부터 당사에서 '야당파괴 저지 투쟁' 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시작한 단식이다.

그간 체중이 73㎏에서 65㎏로 줄어든 李전대행은 이날 오전 혈압이 90~60으로 떨어지며 호흡곤란 및 간헐적인 혼미증세를 보였고, 의료진에 의해 고려대 안암병원으로 실려갔다.

비가 내린 지난달 29일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서울역 정부규탄 집회에 참석한 것이 건강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진단이다.

李전대행은 후송 전 "김대중정권은 야당을 존중하고 민심을 수습해 국난극복의 계기를 마련하라" 고 촉구했다고 측근인 장광근 (張光根) 부대변인은 전했다.

"병원에서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 단식을 계속하겠다" 는 뜻도 밝혔지만 입원 후 병원측의 강권으로 링거주사와 함께 회복을 위한 음식조절에 들어감으로써 좌절됐다.

李전대행측은 그의 단식으로 한나라당의 야당다움이 부각됐으며 당내 대여투쟁의지 고취와 함께 여권의 무차별 사정 (司正)에도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또한 민주당 출신들의 단합을 과시하는 계기도 됐고, 그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상당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가 이부자리를 펴고 머물던 여의도당사 9층에는 그동안 이중재 (李重載) 고문 등 민주당 출신인 민주동우회 회원들이 20명씩 3교대로 철야하며 그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사정당국은 그의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본격적인 소환 조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 참이다.

당 일각에선 그 자신이 오히려 사법처리를 고대한다는 얘기도 나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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