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50대 여성, 스트레스 가장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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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박영진(52·여)씨는 지난달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 단순 근육통이라고 생각해 동네 의원을 찾았지만 정확한 진단이 나오지 않았다. 김씨의 진단명은 근육통이 아닌 ‘스트레스’. 고등학교 2학년 딸의 대학입시 걱정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루 30분씩 맨손체조를 하고 잠을 충분히 잤더니 통증이 줄기 시작했다. 박씨는 “딸이 예·체능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데, 그 걱정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며 “잠자기 전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서 깊이 잘 수 있었고 몸을 누르는 듯한 압박감도 줄었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50대 여성이 스트레스를 가장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진료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만 명당 50대 여성 스트레스 환자는 355명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많았다. 40대 여성이 뒤를 이었다. 여성 스트레스 환자는 50대까지 증가하다 60대부터 감소한다. 남자는 20대 이후 나이가 들수록 스트레스 환자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담이 50대 여성에게 집중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분석한다. ▶남편의 퇴직 ▶호르몬 변화로 인한 폐경 ▶자녀의 구직난이나 결혼, 그 이후 분가 ▶손자 손녀 돌보기 등이 한꺼번에 몰린다는 것이다(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 교수). 오 교수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호르몬의 변화 속도가 빨라 우울감에 빠지기 쉬워 스트레스에 약하다”며 “30대 부부들의 맞벌이가 늘면서 부모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 50대 여성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산병원 강지인(정신과) 교수는 “여성은 40대 후반부터 호르몬의 변화를 겪는 데다 자녀 독립 등으로 가정에서의 기여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이 표출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남편 퇴직으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자 이를 혼자 해결하려다 스트레스를 받는 50대 여성이 많다”고 분석했다.

한편 스트레스 환자는 2005년 6만5689명에서 2008년 10만614명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15.3% 늘어난다. 특히 10대 여성 환자가 연평균 22.7% 증가해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지난해 치료받은 여성 스트레스 환자는 6만2745명으로 남성(3만7869명)의 약 1.7배였다. 시·도별로는 인구 10만 명당 대전 288명, 서울 235명, 부산 228명, 충남 224명 순이었다. 일산병원 강 교수는 “긍정적인 마음과 생활태도,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 걷기 등의 운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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