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선배들의 정치활동 중단 촉구 경청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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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학교자치연대(김대유 공동대표),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이인규 상임대표), 보건교육포럼(신미수 공동대표) 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1세대 출신이 이끄는 교육단체들이 시국선언 같은 전교조의 정치활동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엊그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교육과정 개혁, 합리적 교원평가, 학생들의 수업평가 등 교실을 변화시키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자치연대와 보건교육포럼은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 김 공동대표는 1997~2006년 전교조 정책위원과 정책연구국장을 지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이인규 상임대표도 전교조 창립 때 교섭위원을 맡았던 인물이다. 전교조 창립자들은 물론 전교조 내부에서부터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전교조가 ‘참교육’ 실천이라는 초심에서 일탈해 정치세력화함으로써 학생·학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우리가 늘 지적해온 대로 가치중립적이어야 할 학교교육이 한쪽으로 치우친 교사의 정치·이념적 사고에 물들어 가뜩이나 사교육에 밀려 설 자리가 없는 학교 교육의 신뢰를 짓밟은 게 사실이다.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들이 많은 학교를 꺼려 학생을 전학시키거나, 시국선언이 나온 뒤 일부 학부모들이 전교조 교사의 출근을 저지하는 사례가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럼에도 두 차례의 시국선언을 강행하고 교육당국의 참여교사 명단 확인 작업에 조직적인 방해 시도를 펼치는 것은 스스로 교육자이길 포기하고 학교를 정치도구화하는 비교육적 행동이다.

전교조는 “조합 내부에서 욕을 먹더라도 학교를 더 망가뜨릴 수 없다는 생각에 지도부를 비판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 바란다. “합리적인 교육정책이라도 한나라당이 하면 반대하고 현실에 맞지 않아도 민주노동당이 하면 찬성하는 비합리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그래서 시대가 요구하는 교사상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교단에서 학생 교육에 여념 없는 대다수 교사들의 사기를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