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 ‘스타강사’ ] 롯데마트 천안점 최희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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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취미생활을 즐기기에 문화센터만큼 친근한 공간이 없다. 누구나 문화센터에서 한 두 개의 강좌를 수강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화센터 강좌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강사’다. 각 문화센터가 추천하는 ‘스타강사’를 찾아 인기비결에 대해 들어봤다.

롯데마트 천안점 문화센터 ‘스타강사’로 꼽힌 드럼강사 최희정씨가 드럼을 연주할 때 사용하는 스틱을 들고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조영회 기자]

지난달 말 롯데마트 천안점(천안시 쌍용동) 문화센터. 한 강의실에서 힘찬 드럼소리가 들렸다. “쿵쿵 딱, 쿵쿵 딱, 쿵쿵 따닥, 쿵쿵 딱” 드럼소리에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소리가 경쾌하고 리듬이 부드러워 ‘강사가 남자 드러머겠구나’라고 지레 짐작을 했다. 예상이 빗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뽀얀 피부에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드럼을 치고 있다. 드럼소리의 주인공은 최희정(29·여)씨. 손에 들린 드럼 스틱이 춤을 췄다. 얼굴엔 여성스러움이 가득했지만 손놀림은 어린 아이가 손에 익은 장난감을 놀고 있는 듯 활기찼다. 그는 가끔은 혀를 쏙 내밀며 해맑게 웃다가 스틱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15년 가까이 드럼을 끼고 살았다는 그에게서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다음은 최희정씨와의 일문일답.

-드럼과의 인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드럼과 인연을 맺었다. 올해로 14년째다. 애초 북 등 타악기를 처음 배웠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타악기를 전공했다. 드럼이 전공은 아니었는데 대학 때 연주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드럼이 나와 인연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드럼 연주를 하면서 학비도 벌었고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었으니 내겐 드럼만큼 소중한 게 없다.”

-본격적으로 강사로 나선 것은.

“대학 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게 시작이다. 졸업 후 내 시간도 자유롭게 가질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악단에 들어가는 걸 과감히 포기했다. 지금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문화센터에서 강사를 한 지는 5년 정도 됐다. 롯데마트 천안점 문화센터에서는 2년 가량 됐다. 청주와 충주에서도 강사로 일 한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 수시로 친구들과 모여 연습을 한다.”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얼마나 연습하면 원하는 곡을 연주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가장 많다. 답은 간단하다. 쉬운 곡은 짧게, 어려운 곡은 길게 연습하면 된다. 보통 혼자서 악보를 보고 연주하려면 1년(4학기) 가량은 수강을 해야 한다. 소위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정도’가 되려면 2년은 꾹 참고 연습해야 한다. 대부분 조급한 맘을 갖고 달려드는 데 부담감 없이 시작해야 한다. 멋만 내려고 달려들었다간 금방 포기하고 만다. 드럼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가 마찬가지다.”

-한 강의 수강생은.

“보통 15명 정도다. 매 학기당 정원을 초과해 등록을 못한 수강생들에게 미안하다.(그렇다고 강좌를 늘려달라고 할 순 없고) 간혹 정원이 서너 명 정도 초과하는데 개인 지도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기지는 않는다. 수강생은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아저씨들도 있다. 1~2명씩 여성이 꼭 수강을 한다. 드럼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재수강률은 95% 정도다.”

-배우는 게 어렵지 않나.

“다른 악기와 달리 배울 곳도 마땅치 않고 학원비도 비싸 선뜻 배우기가 어려운 게 드럼이다. 요즘은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저렴하게 배울 수 있어 수강생들이 많은 편이다. 드럼을 배우는 데는 기본적으로 악보를 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몇 가지 악보를 보는 방법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처음엔 손과 발이 따로 놀지만 한 달 정도만 연습하면 문제가 없다.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도 된다. 대신 강의에 빠지면 안 된다. 스틱 한 세트, 연습용 패드 하나만 들고 강좌에 참석하면 된다. ”

-기억에 남는 수강생은.

“1년 전쯤 열네 살의 자폐아를 가르친 적이 있다. ‘꼭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던 기억이 난다. 다른 수강생들과 달리 특별히 해 줄만한 게 없었다. 운동신경도 떨어지고 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학생의 엄마는 ‘한 번만 쳐보면 된다’고 했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았다. 엄마에게 ‘학생이 싫다고 할 때까지 시키자’고 설득했다. 배우면서 많이 힘들어했고 울기도 했다. 그 때마다 욕심을 내지 말라고 격려했다. 1년 가량 배웠는데 실력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꾸준히 배웠다는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강의의 특징과 장점은.

“우선 재미 있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강생들에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고 누누이 당부한다. 즐긴다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 얼마 전부터는 ‘아이들이 왜 네게 드럼 배우는 걸 좋아할까’ 생각했다. 답은 간단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심한 성격의 학생이나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 드럼을 배우고 나서 자신감이 생기고 생활에 활력소가 됐다는 수강생이 적지 않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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