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요리]가을 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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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학교 다녀왔습니다. " 수줍게 말하며 들어서는 민석 (9) 의 얼굴은 엄마 곽미경 (35.서울서초구반포APT) 씨가 준비해 놓은 색색의 화전을 보는 순간 국화꽃잎처럼 환하게 펴진다.

어려서부터 제철이면 쑥떡 등을 빼놓지 않고 해주는데다 생일 때도 케이크와 함께 푸짐한 떡상을 차려주는 엄마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떡을 피자보다 잘 먹는 민석이다.

게다가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하는 오후 3시. 대추.밤.석이버섯 채 사이로 자르르 윤기가 흐르는 찹쌀떡을 보니 군침이 절로 도는 모양이다.

"엄마가 손수 해주시던 음식만큼 고향이나 엄마의 정을 느끼게 하는 게 있겠어요?국화화전도 가을이면 친정할머니께서 꼭 만들어주시던 거죠. 할머니와 어머니께선 보통 때보다 더 작고 정성들여 빚은 화전을 저희 자매들이 결혼할 때 폐백음식으로 보내주시기도 했어요. "

가을화전은 선물용으로도 그만. 찹쌀가루 15컵분량의 떡을 만드는데 2만원 안팎이면 충분한데, 다소 반죽이 잘못 됐어도 웃기로 모양을 내면 전혀 티나지 않고 맛도 별 차이 없단다.

아이 선생님들도 '촌지' 가 아닌 화전 선물은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좋아하더라고. 쫄깃한 화전을 만드는 비결은 무엇보다 좋은 찹쌀가루를 직접 빻아서 사용하는 것.

특히 다 만든 찹쌀떡에 술을 뿌려주면 기름에 부친 느끼한 맛도 없애면서 향긋하게 식욕을 자극해준다고. 또 부치다보면 색이 진해지므로 반죽은 아주 연하게 해야 나중에 은은한 빛깔의 떡이 만들어지며,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고려해 프라이팬엔 찹쌀새알을 조금씩만 올려 놓고 부치라는 것이 곽씨의 조언이다.

[재료·만드는법]

▶재료 = 찹쌀가루15컵, 물2컵, 소금2큰술, 밤 (大) 20개, 소금1/2찻술, 꿀3큰술, 설탕2큰술, 계피가루 약간, 소주 (양주) 1백㎖, 설탕 약간, 웃기 (밤15개, 석이버섯5개, 대추20개) , 모시잎1백g, 분홍색 식용색소 약간

▶만드는법 = ①찹쌀가루.물.소금을 3등분하여 물.모시잎 삶은 물.분홍색소 탄 물로 익반죽한다.

②여러 번 치댄 반죽을 조금씩 떼어 구슬 크기로 빚어 놓는다.

③푹 삶아 으깬 밤에 계피가루.설탕.꿀.소금을 섞어 대추씨만하게 빚어 놓는다.

④술은 기호에 맞게 설탕을 넣어 끓인다.

⑤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②를 약한 불에서 살짝 눌러가며 한 면이 투명하게 익으면 눋지 않게 뒤집어 익힌다. 이때 일부는 한쪽면에 국화꽃잎 등을 올려 부쳐 내놓는다.

⑥나머지 찹쌀부꾸미는 체판에 놓고 한 김 식힌다.

⑦부꾸미 위에 ③을 놓고 양끝을 오무린다.

⑧화전을 접시에 담고 식혀놓은 술을 골고루 끼얹은 뒤 석이버섯.대추.밤을 곱게 채썰어 장식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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