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 부동산 경기 살려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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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택저당권 매각이나 채권발행을 통해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는 주택경기를 살릴 수 있는 특효약 구실을 해낼까. 정부가 내년 상반기 시행예정으로 추진중인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제도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집값의 20~30%만 있으면 내집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금을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어 그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게 정부의 생각이다.

수요가 많으면 자연적으로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생각 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은행권의 주택자금이 풍부해져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우리의 경우 대출금리가 너무 높고 주택값이 비싸 일반 봉급자가 주택자금의 70~80%를 융자받을 경우 수입의 대부분을 이자상환에 쓰야 할 입장이다.

예컨대 집값이 1억원인 25평형 아파트를 사면서 집값의 70%인 7천만원을 금리 13% 조건으로 대출받을 경우 이자만도 매달 75만6천원을 내야 해 웬만한 사람은 감당하기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론 금리가 이보다 더 높으면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된다.

주택은행 부설 경제연구원 신기섭 부원장은 "생계에 부담되지 않는 주거비 수준은 수입의 30%이내" 라며 "우리의 경우 미국처럼 주택값의 70~80%를 대출받을 경우 생활 자체가 곤란하게 된다" 고 말했다.

유동화를 통한 주택자금 조달금리를 낮추면서 수수료 등 관련 비용을 최소화해 수요자에 대한 대출금리를 싸게 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채시장 여건을 감안할때 수수료.관리비 등을 포함, 14~14.5%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일반 대출이나 주택할부금융 자금보다 금리가 싸고 10년이상의 장기상환 조건이어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국.공채가 대량 쏟아져 나올 전망이어서 이럴 경우 채권시세가 떨어져 대출금리는 이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유동화 중개기관 선정도 중요한 사항. 중개기관의 공신력이 낮으면 그만큼 보증료가 높아져 결국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대출금리가 이런 수준이라면 저당대출 금융을 선뜻 이용할 수요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제도가 시행된다해도 당분간은 지금과 같이 집값의 30~40%선을 대출받는 주택금융 관행이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유동화제도는 극도로 침체돼 있는 주택시장을 살려내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게 중론이다.

내년 이 제도가 시행된다 해도 주택경기가 크게 활성화될 가망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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