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정구선생님 영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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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두만강 푸른 물에/노젓는 뱃사공/흘러간 그 옛날에 내님을 싣고/떠나간 그 배는/어데로 갔소…' 김정구 선생님, 선생님을 따르던 그 많은 후배가수와 '가요무대' 를 두고 어디로 가십니까.

60년을 불러온 우리의 국민가요 '눈물젖은 두만강' .선생님의 고향 땅인 그 두만강을 가보시지 못한 채 이국 땅 미국에서 어떻게 눈을 감으셨는지요. 85년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과 예술단이 평양을 찾았을 때 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후 막이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저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시던 선생님의 모습과 체취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김 아나운서! 이곳 평양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내 고향인데…" 하시면서.

칠순이 넘어서도 '가요무대' 에만 서시면 10대 못지않게 춤추고 노래하시던 모습. 방송이 끝나고 약주 한 잔 대접해 올리면 어린아이같이 즐거워하시던 모습. 아무리 먼 곳이라도 '가요무대' 라면 한마디의 불평이 없으셨던 선생님. 이 모든 추억이 선생님께서 저에게 남겨주신 영원하고 소중한 선물입니다.

그뿐입니까. 아무리 젊은 세대가 가요계를 차지하고 있다 할지라도 선생님의 '눈물젖은 두만강' 을 어찌 이길 수 있겠습니까. 온 국민이 언제까지나 부를 '눈물젖은 두만강' 을 선생님은 저희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시던 선생님. 선생님이 안계신 '가요무대' 는 오랫동안 허전할 것입니다.

통일이 되는 날까지 제가 '가요무대' 를 진행한다면 그날 저는 꼭 '눈물젖은 두만강' 을 '가요무대' 에서 제일 먼저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편히 쉬십시오.

김동건 <방송인.kbs '가요무대'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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