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문화경제학]'문화는 21세기 기반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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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96년 '서태지와 아이들' 의 영상콘서트를 함께 했던 사람. 영화 '서편제' 의 인연으로 주연 오정해의 결혼 주례를 서고 장선우 감독의 '나쁜영화' 검열삭제에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생각했던 정치인. 영화배우 비비안 리와 강수연을 좋아하면서 샤론 스톤 (배우).엘튼 존 (가수) 의 예술.사회봉사활동을 부러워하던 인물. 윤동주.이육사를 고난에서 자신을 붙잡아준 시인으로 기억하는 문화인…대통령 김대중. 취임사에선 이런 대목이 보인다.

"문화는 21세기 기간산업이다. 영상산업과 문화적 특산품 등은 무한한 부의 보고다. 전통 속의 문화적 가치를 계승해야 한다. " 이어 8월15일 '제2의 건국선언' 에서 대통령은 "문화산업을 다음 세기 기간산업으로 유도해야 한다.

교육.문화의 창달을 통한 지식기반국가의 건설이 제2건국의 이상" 이라고 했다.

다시 9월10일 경주문화엑스포 개막제 연설 - "21세기는 물질.무력이 아닌 문화의 세기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적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산업으로 자리를 하게 될 것이다. " 물론 이전 대통령들도 비슷한 얘기를 자주했다고 반문하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그의 문화경제론 마저 입발림일까. "문화경제학의 목표는 바로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정신문화를 향유토록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는 교육.징병제도처럼 평균적 인간을 만드는 것과 다르다. " ( '21세기 시민경제 이야기' .97년)

대통령 후보시절의 또 하나 문화관 - "만화도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력이 억압받는 사회에선 과학기술도 발전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소설가 출신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는 '정부는 예술을 감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 ( '이경규에서 스필버그까지' .97년)

그래서 나오는 '대통령의 문화학' .자신이 직접 국가홍보물의 모델로 나서고 '미스터 프레지던트' '닥터 케이' 등 캐릭터의 주인공 역을 맡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의 문화학은 소위 '디제이노믹스' 에선 이렇게 구체화하고 있다.

"음반.공연.영화.출판 등 전통영역에서 비디오.애니메이션.캐릭터.게임등으로 발전 (…) 첨단기술과의 연계로 질적변화를 보인다. " 그것은 '영화 주라기공원의 수익 (8억5천만달러) =한국의 자동차 1백50만대 수출 부가가치' 와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의 문화학은 자칫 겉치레로 흐르기 쉽다.

정치.군사학보다 훨씬 우아해 보이고 당의정 성격이 강한 탓이다.

그런 까닭에 일차 과제로 추진 중인 영상과 컴퓨터정보기술의 결합은 의미있어 보인다.

영상.게임산업을 벤처로 분류해 지원센터를 조성하는 게 대표적인 수확.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할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아다시피 문화투자는 자본의 회임기간이 길다.

몇개월.몇년 단위가 아니라 역사를 거론해야 경우도 많다.

그러니 일회성 바람몰이는 무의미하다.

대통령 재임기간 내내 경제는 긴 터널에 머물 우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은 경제적 대증요법이 아닌 문화의 향기요법으로 풀어가야 할 일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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