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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설사쯤이야' 하다간 낭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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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을 예방하려면 고기를 70도 이상의 고온에서 2분 이상 잘 익혀 먹어야 한다. 사진은 한 쇠고기 시식회에서 불판에 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 [중앙 포토]

최근 광주시 초등학교에서 O-91 및 O-26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환자가 국내 최초로 집단 발생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감염자수는 21명(O-91 감염자가 19명, O-26은 2명). 사람의 대장에서 정상적으로 서식하는 균으로 알려진 대장균. 이 균이 일으키는 장염에 대해 알아본다.

◇병원성 대장균이란=대부분의 대장균은 사람의 장에서 살면서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포도당.유당.만니톨 등을 분해하는 좋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장균에 박테리오파지(세균에 기생하는 바이러스)가 기생해 병원성 유전자를 전파하게 되면 복통.설사.혈변 등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이 된다.

가장 흔한 병원성 대장균은 장에 독소를 배출해 물설사.구역.구토.복통을 일으키는 장독성 대장균. 흔히 말하는'여행자 설사병'의 원인이다.

한양대 의대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장독성 대장균에 의한 장염은 균에 오염된 식품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면서 "위생상태가 안 좋은 지역의 어린이 설사병의 주범"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장출혈성 대장균도 병원성 대장균의 하나인데 병원성 대장균 중 가장 심한 증상을 일으킨다.

이 밖에 흔하진 않지만 장병독성 대장균, 장침입성 대장균, 장응집성 대장균 등도 설사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대장균에 속한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장출혈성 대장균은 균의 표면항체 성분이 조금씩 다른데 발견된 순서에 따라 번호가 붙여져 있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송재훈 교수는 "O-91은 91번째, O-26은 26번째, 157은 157번째 발견된 장출혈성 대장균이란 뜻인데 O-157 감염의 증세가 가장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시 심한 복통.설사.혈변 등이 나타나는 이유는 이 균이 베로톡신이란 독소를 내면서 점막 세포를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음식뿐 아니라 환자와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100개 이하의 적은 숫자만 몸에 침입해도 발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독성 대장균이나 콜레라의 경우 오염된 음식을 통해 10만개 이상의 세균이 몸에 들어와야 발병한다.

장출혈성 대장균은 용혈성 요독증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높다. 용혈성 요독증은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급성 신부전 등을 초래하는 병이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유아의 10%에서 발생하는데 이중 약 5%가 사망한다. 65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서 용혈성 요독증이 생기면 치사율이 40% 이상이다.

송재훈 교수는 "다행히 O-91이나 O-26은 O-157에 비해 증상도 가볍고 합병증도 적게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번에 감염된 환자 중에는 균에 감염됐으면서도 증상이 없는 '무증상 보균자'가 더 많다.

◇치료 및 예방=병의 원인은 균이 내는 독소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균 자체를 박멸하는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탈수치료를 위한 링거 주사 등 증상에 대한 대증치료를 주로 한다.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방수칙이다. 또 오염된 고기를 먹지 않도록 육류는 70도 이상에서 2분 이상 가열해야 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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