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회복세에 경의를 표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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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경의를(Hats off to officials in Seoul).”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사진)의 26일자 칼럼 첫 문장이다. 모두가 허덕이는 상황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경제에 존경심을 표한다는 의미였다. 한국이 2분기 2.3%(전 분기 대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원화 가치가 뚝뚝 떨어지던 8개월 전만 해도 한국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고 전했다. 단기외채 문제 탓에 ‘제2의 아이슬란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는 것. 미국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아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고 화폐 가치는 절반으로 꺾이는 등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아이슬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한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 먼저 중앙은행 기준 금리를 올릴 곳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침체에서 벗어나 출구전략을 쓰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거란 이야기다.

페섹은 그러나 이런 ‘한국발 희소식’이 아시아 전체의 ‘청신호’로 인식되는 것은 경계했다. 특히 “동아시아의 회복은 U자형이나 W자형이 아닌, V자형이 될 수도 있다”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전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요즘 아시아 경제가 회복돼 보이는 건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출, 저금리 기조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등 각국 증시가 달아오른 것도 정부가 쏟아 부은 돈이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거품’이란 뜻이다. 그는 “이런 거품이 경제가 회복됐다는 환상을 심어 줘 더 체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ADB의 전망에 제동을 걸었다. 27일 ‘V자형 회복을 선언하기엔 이르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아시아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 줄 수요 시장이 회복되기까지 이 지역 경제는 허약한 채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 상황을 볼 때 미국·유럽이 예전 같은 구매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중국이 이들 시장을 대신할 가능성도 작다. FT는 “아시아 국가들의 지역 내 교역 비중이 전체 수출량의 22%에 불과하다”며 “중국이 이들 생산품의 최종 구매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은 환상에 가깝다”고 밝혔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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