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학원가 “상황 봐서 곧 수강료 올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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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A어학원은 한 달 수강료로 30만원(150분 수업·월 15회 기준)을 받는다. 어학원이 한 달에 받아야 할 수강료 상한제(45분 수업 기준 월 21회에 11만9700원) 기준에 맞춘 것이다. 이 학원은 교재비(18만원) 등을 따로 받는다. 이런 이유는 학원이 강남교육청이 정한 수강료 기준을 맞추되 수강료만으로는 학원을 운영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의 학원 수강료 상한제 운영이 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게 됐다. 현실성을 무시한 수강료 상한제에 불만이 컸던 학원들은 내심 기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학원은 조심스럽게 수강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서울시교육청 학원 업무 담당자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학원비 오르나=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영어학원 유모 원장은 “적정한 수강료는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시장에서 정해진다”며 “교육청이 비현실적인 기준액으로 규제해왔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상황을 봐서 조만간 수강료를 인상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학원비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단속의 고삐를 늦추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김규태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청별 학원비 산정 시스템을 재검토해보겠으나 학원 단속은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파라치’ 제도(학원신고포상금제)가 시행되면서 7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는 학원 6곳이 수강료 기준 위반으로 적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드러내놓고 수강료를 올릴 수 있는 학원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적정 수강료 기준 빨리 만들어야=수강료 상한제는 지역 교육청별로 정해진다. 강남과 강북이 서로 다르다. 다만 관할 구역 내 학원들은 수강료 기준을 지켜야 한다. 지역교육청은 기준액보다 높은 수강료를 받은 학원들에 벌점을 주고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한다.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지역 교육청 산하 수강료 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여기에는 물가담당 공무원, 학부모 단체 인사 등이 참여한다. 물가 수준을 감안해 정하는데 지역별 임대료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일 기준을 정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부터 ‘적정 수강료 산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1억8000만원을 썼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아직도 도입되지 못한 채 시험운영만 계속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재료비·임대료 등을 감안해 적정 수강료를 산출해 보니 수강료를 올려야 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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