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교육과정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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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미래형 교육과정’은 학습의 효과성을 올리고 창의성 있는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교과를 묶은 교과군과 집중이수제를 제시했다. 이 제도가 제대로 실시되면 학기당 이수과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과군을 통한 통합적 교육으로 기존 교과목 간 분절적·파편적 교육의 한계를 넘어 제대로 된 전인교육이 가능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개편안에는 비교과활동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현행 주당 2시간에서 주당 3시간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대학 연계 입시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수능성적 1, 2점 차이로 합격을 결정하기보다는 잠재능력과 인성, 발전 가능성 있는 숨은 인재를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창의적 체험활동(비교과영역)의 확대는 현행 교과성적 위주의 학교교육을 지식과 인성을 균형 있게 갖춘 인재로 키워내는 공교육으로 정상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선택과목 수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기초교육이 부실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7차 교육과정의 한계도 이번 ‘미래형 교육과정’을 통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국어·영어·수학 등 기초영역을 더욱 튼튼히 하면서도 과학 등 탐구영역과 예체능영역을 크게 강화했다. 이 때문에 학교는 지금과 같이 국가가 개입하는 강제적인 방법이 아니라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영역 및 과목 간 균형 이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형 교육과정이 과거 7차 교육과정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그 방향과 내용 못지않게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우선 개편된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교교육을 위해선 교원의 임용 및 자격구조를 더욱 유연하게 개방해야 한다. 그래서 유능한 인재가 교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행 교육과정의 학교교육과 수능의 불일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현행 수능제도의 근본적 개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반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될 때 이번 교육과정 개혁안은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현장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양적 수업시수 확보를 위한 교과 이기주의 관행이 근절되고 학생을 위한 교과별 ‘잘 가르치기’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다.

김경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