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토론회 대화록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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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대토론회에 참가한 5개 경제관련 부처 장관과 학계.언론계.재계.노동계.금융기관.공기업.소비자대표 등은 이날 5시간여의 마라톤회의를 통해 부문별로 활발한 의견을 내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부문별로 다소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으나 ▶구조조정의 신속한 마무리가 시급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별.이해 당사자간 희생분담이 불가피하나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

▶박상희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금융 구조조정 끝내고 난 뒤 기업 살린다고 하다가는 중소기업 다 죽는다.

80만 중소기업 전체가 빌려쓰는 돈이 5대 재벌이 빌려쓴 돈 60조원에도 못미친다. 중소기업으로 돈이 돌아갈 수 있도록 특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신용평가기관에서 A등급을 받은 기업뿐 아니라 B등급 (조건부 회생) 기업에도 무조건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또 내수진작을 위해 수요자 금융을 확대한다지만 이것이 효과를 거두려면 금리를 대폭 낮춰줘야 한다.

▶허진석 (주택건설사업협회장) =서민들도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줘야 주택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

수요자 금융을 늘리는 차원에서 서민에게 저리로 주택자금을 대출해준 뒤 차액은 재정에서 보전해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주주들은 주가가 많이 떨어져도 말 한마디 못하는데 노동자들이 어린이.부인까지 앞세워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하려드는 것은 문제다.

또 건전소비를 촉진하자며 외국 브랜드 소비까지 부추겨선 곤란하다.

기업들이 가능한 한 외화 안쓰고 만든 제품을 소비자들이 많이 사서 쓰도록 해야 한다.

▶박인상 (한국노총 위원장) =정부가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군사정권 시대보다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

금융 구조조정도 경영진이나 관치금융 책임자를 문책하기보다는 애꿎은 은행 근로자들을 내모는 쪽에만 무게가 실려있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뼈를 깎는 구조조정 없이도 우리 은행들이 생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지만 인원.점포 축소 등을 통해 은행들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외자유치도, 선도은행 육성도 다 불가능해진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실업자를 돕는다고 국민들 세금을 요란스레 거둬가놓고는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서 재원을 무분별하게 낭비해서는 곤란하다.

공무원들이 여전히 탁상행정만을 일삼는다면 국민들의 협조도 얻기 어렵다.

▶이민화 (벤처기업협회장) =대기업에 무역금융을 지원해주고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신용보증을 확대해 수출타개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또 보증보험의 신용공급 기능을 회복시켜 시중 실질금리의 하락을 유도해야 한다.

전국 2만개 실험실에서 2만개의 벤처기업을 창업할 경우 60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벤처기업 창업을 적극 지원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선진국형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 =내수와 수출 진작을 위해 국제 규범을 무시한 채 특혜 차원의 업계 지원은 곤란하다.

상계관세.반덤핑규제 등 통상마찰을 불러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을 줄이거나 재정지출을 늘리고 벤처기업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등 업계의 요구중 가능한 부분은 정부가 적극 수용토록 할 방침이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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