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만 있고 청소년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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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새 청소년헌장을 위한 공청회' 와 '청소년 영상페스티벌' 사이 - .정말 머나먼 거리감이 다가선다.

정부가 의미부여를 하는 헌장 같은 것에는 무관심하고 YMCA의 영상작품 접수창구는 붐빈다.

그럼, 당연한 일이다.

신세대는 작은 출구라도 찾아 가슴에 쌓인 앙금을 털어놓고 싶은데 구세대는 아직도 명분과 형식에 집착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땅엔 오직 학생뿐, 청소년은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색깔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공교육기관 학교현장은 회색이다.

대학입시 전문교육을 본질로 하면서 겉으로 인성교육장을 표방하고 있으니 어정쩡할 수밖에 없다.

그 양다리 걸치기로 인해 아이들이, 청소년들이 떠돌고 있고…. 그나마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아 방금 성인으로 들어선 세대는 몸부림을 쳐댄다.

'독립' 말이다.

독립영화.독립음반하더니 독립예술제까지…. 지난달 25일 서울 동숭동 일대에서 시작해 오늘 막을 내리는 '98 독립예술제' 가 바로 그것이다.

자본과 주류 이데올로기로부터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소자본 비주류의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기 손색이 없었다.

그래선지 '독립' 으로 가는 길 어디든 만원이었다.

언더그라운드 록 공연장이 그랬고 야외 설치미술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수갑 같은 교복차림의 학생들은 여전히 어색한 모습이었다.

소위 문제학생들은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밖의 자유로운 공기' 를 깊이 들이키려 애를 태운다.

오히려 생각이 많은 어른들의 애가 탄다.

우리 학교의 억압성과 아무리 억눌러도 튀어오르는 열정의 충돌 같은 것이다.

그렇다고 입장 자체가 다른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청소년헌장 개정작업의 최일선에 있는 문화관광부 신현택 국장은 "문화적 감성과 모험정신 등 21세기 청소년상을 실현하는 여건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한다.

영상페스티벌을 벌이고 있는 서울YMCA 황자혜 간사의 말 - "청소년들의 영상을 보며 이들이 현실에서 겪는 아픔을 엿볼 수 있었다.

" 그러면 정책과 현장의 거리는 뭔가.

이번 새 청소년헌장 선포가 그 접점을 찾는 '권리장전' 일 순 없을까.

허의도.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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